지난 8일 세월호 참사에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한밤중에 KBS를 항의 방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권을 감싸는 편향적 보도로 일관한 KBS와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교하면 세월호 사망자는 많은 것이 아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유족 앞에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김 국장은 9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김 국장은 이 자리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적극 부인하면서 보도국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 대한 어떤 가치관과 신념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사사건건 보도본부 중립성을 침해한 길환영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보도 중립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도국장을 사임한다”고 말했다. 보도국 수장이 스스로 편향적 보도를 했다는 의혹을 인정한 셈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KBS를 방문했던 ‘어버이날’, 한선교 새누리당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은 여당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KBS 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
‘날치기’를 시도한 새누리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9일 여의도 국회 앞은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시위가 이어졌다. KBS의 세월호 보도 행태에 분노한 국민들은 온라인에서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공영방송의 기치를 내건 KBS가 기본 요건인 공정 보도를 못하면서도 몰염치하게 수신료를 더 받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KBS 내부에서도 현재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편향 보도에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PD, 아나운서, 엔지니어 등도 속속 성명서를 내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KBS 노조 한 관계자는 “KBS가 침몰하고 있다”며 탄식했다.
KBS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지금은 수신료 인상이라는 ‘잿밥’보다 공영방송 본연의 공정 보도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수신료 거부운동에 직면할 수도 있다. 보도국장뿐만 아니라 사장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보방송과학부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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