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기적으로는 국내 경쟁여건을 개선하고 규제·제도를 개선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발전 역량을 강화하고 유망 신산업 시장을 선정토록 한다. 의료기기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혁신 역량강화와 안정적 수요기반 확충, 중소기업 현장애로 해소 등도 추진한다. 이를 기반으로 2015년까지 의료기기 생산 규모 5조원, 국산 의료기기의 국내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한다. 지난 2010년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청,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이 공동으로 발표한 방안이다.
정부가 의료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며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종합병원 10곳 중 7곳은 외산 장비를 사용한다. 가격이 비싼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외산 의존도는 더욱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종합병원 영상의학 의료기기의 국산 사용 비율은 9.4%로 10%에도 못 미친다.
◇정부 지원 병원·업계 공동개발 필요
종합병원은 국산 의료기기로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로 낮은 성능과 브랜드 신뢰도를 든다. 의료기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기 인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러한 이유로 의료기기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는 외산 제품에 비해 임상실험 횟수가 적어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국산 의료기기 업체는 제품 판매보다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합병원 관계자도 “기존 외산 의료기기를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임상검증 자료가 필요한 데 이러한 부분에 제약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영상의학 장비나 수술·진단 장비는 국산 대체가 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산 의료기기 업체 생각은 다르다. 걸림돌로 정부의 부족한 지원과 종합병원의 소극적 참여가 의료기기 국산화의 걸림돌이라 주장한다. 국산 의료기기 성능은 과거보다 크게 개선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의료기기 업체 대표는 “국산 의료기기 성능은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기기 수출액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3년 2조5000억원 규모를 달성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 업체 대표는 “중저가 품목의 영세 중소기업이 산업의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최근 수출 확대는 의료기기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로 대형 병원과 의료기기 업체가 참여하는 연구·개발 확대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대형병원들은 제약사와 함께 신약개발에는 적극 참여하지만, 의료기기 분야에는 소극적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제약에 비해 의료기기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실제 적용은 어렵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병원과 의료기기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도 요구된다.
◇국산 의료기기 진입 막는 규제 개혁
국내 의료기기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 개혁 목소리도 높다. 대표적인 게 엑스레이 튜브나 제너레이터 부품 교체 규제이다. 국산 부품이 존재해도 처음 적용한 부품이 수입 제품이면 ‘동일 부품 교체’라는 규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국산 대체가 불가능하다. 의료기기 인·허가 관련 절차가 보다 간소화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소 의료기기 업체는 좀 더 직접적인 지원을 요구한다. 공공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구매 의무화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자국 의료기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며 “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우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국산 의료기기는 민간보다 공공의료기관에서 더 외면 받는 것으로 분석했다. 민간종합병원이 국산 영상의료장비만 사용하는 비율이 13.5%인 반면 공공의료기관은 1.6%에 불과하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올해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을 주요 과제로 추진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기기 인허가 관련 절차를 많이 간소화 했다”며 “내부적으로 의료기기 관련 또 다른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식약처 인·허가가 완료된 의료기기 대상으로 병원 적용 허가절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료기기 수출 현황 (단위:억원) /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