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년만의 삼성 `백혈병` 사과

삼성전자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입을 빌어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에 관해 공식 사과했다.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했던 황유미씨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7년 2개월 만이다.

그동안 ‘안타깝다’는 말만 반복했던 삼성전자다. ‘사과한다’는 말을 꺼낸 것은 처음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늦은 감이 있다. 이렇게 사과할 일이었다면 권 부회장의 말대로 진작 해결했어야 옳았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질환과 사망자·유가족 관련 사항을 성심 성의껏 해결하겠다고 밝힌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최근 삼성 그룹 안팎에 각종 변수들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로 시작된 삼성 그룹 개편작업은 지난주 삼성SDS 상장 선언 등으로 이어져 폭을 넓혀간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까지 겹쳤다. 자연스레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이 시점에서 나온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다. 지난달 상대방이 혼선을 빚는다는 이유로 입장 표명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삼성전자이기에 더욱 전격적이다. 이를 두고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나타날 돌발 변수를 미리 차단하는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일부 있다. 언제 어떻게 커질지 모르는 문제를 안고가기보다 빨리 해결할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백혈병 사건을 다룬 영화 개봉이 없었다면 삼성전자 태도가 달라졌을까 하는 의문도 여전하다. 이러한 시각 모두 삼성전자 사과의 진정성에 자칫 흠집을 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장에서 사과문 한 장 읽는 것 이상의 진정성을 협의 과정에서 보여야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과 유가족들을 위해 삼성전자가 적극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이해 관계자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대화하고, 삼성이 밝힌 대로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단순 면피용 사과로 비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상대방 눈으로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앙금이 풀린다. 재발 방지와 인과 관계 검증도 그 다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