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행동치료를 도와주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지능로봇과 센서 네트워크를 결합해 행동치료의 핵심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하반기에 병원과 협력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 검증에 나선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은 바이오닉스연구단 박성기 박사 주도로 자폐치료 로봇 ‘카로(CARO)’를 개발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카로는 자폐 아동의 사회성 행동치료를 보조하는 로봇시스템이다. 어린아이를 닮은 휴머노이드타입 로봇으로 6∼7세 아이의 평균키 110㎝로 제작했다. 눈을 맞추는 ‘아이컨택(eye contact)’ 기능과 얼굴표정 인식, 치료놀이 등 행동치료의 기본적 요소에 대한 로봇 치료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자폐치료를 도와주려면 자폐환자의 행동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는 센서를 활용해 구현했다. 치료사나 부모님과 함께 있는 상황 등 환자 주변을 이해할 수 있도록 3인칭 시점으로 카메라와 마이크로폰을 장착했다.
자폐 치료에 로봇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먼저 시작됐다. 로봇은 사람도 아니고, 단순한 장난감도 아니기 때문에 자폐 환자의 사회성 행동치료에 좋은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개발한 로봇들은 아직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고, 대부분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있었다. 휴머노이드 타입으로 스스로 환자와 주변상황을 인식해 동작하는 카로와는 차이가 있다.
박성기 박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이미 10년 전부터 연구가 시작됐는데 아직 상용화된 것은 없다”면서 “상용화를 위해서는 객관화된 상황에서 치료 효과가 있다고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카로 연구는 3년 전부터 시작했고, 올해 말 서울대 분당병원과 함께 임상실험을 할 계획”이라며 “임상과정을 통해 과학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장애 학생의 교육을 도와주는 로봇도 있다. 김문상 KIST 박사가 개발한 ‘로보짱’은 자폐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앓는 장애 학생의 교육을 도와준다. 로보짱은 특수교사를 도와 장애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지난해부터 경기도 오산의 화성초등학교에서 실제 수업에 적용하기도 했다. 로보짱은 국제 협력 연구를 거쳐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