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IT 융합이 국가 정책에 등장한 건 2004년을 전후해서다. 정부는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에서 멈춰 있는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동력은 IT와 과학기술에 있다며 ‘IT 839 전략’을 내놨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등 8대 신규 서비스와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을 묶은 IT 839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건강관리 ‘u헬스’는 8대 서비스 중 하나로 포함됐다.
10년 전 이야기를 꺼내든 건 그동안 추진됐던 의료와 IT 융합을 되짚기 위해서다. 최근 환자와 의사 간 원격으로 진료를 하는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사회적 관심이 뜨겁지만 의료와 IT의 융합 시도는 계속돼왔다. 국가 전략에 올려놨던 만큼 수많은 시험과 노력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장 기억나는 서비스도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수익창출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장동력이라고, 국민소득을 앞당길 것이라고 했지만 모두 장밋빛 전망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만난 헬스케어 업체 대표는 문제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공급자 중심 사고에 빠져 수요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병원 환경을 전산화하거나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몰두했을 뿐 정작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자 관점에서의 접근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창출되지 않고 산업적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가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화 담당자는 최근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정부가 그동안 많은 u헬스 사업을 추진했지만 예산에 의존하는 시범사업 위주로 진행돼 한계가 있었다”며 “수요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보다 기술 위주, 공급자 위주로 추진했던 점을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산자부는 지난달 말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한다며 ‘맞춤형 웰니스 케어’ 추진단을 발족시켰다. 이 역시 그동안 추진해온 의료와 IT 융합의 연장선에 있다. 용어만 바꾸거나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닌 국민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