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투자를 시작한 뇌과학과 스핀트로닉스 반도체 분야는 현재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향후 20~30년을 내다 본 새로운 연구 분야,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도록 하겠습니다.”
![[창조경제 중심축 ‘출연연’ 신임기관장에 듣는다]<7>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405/564314_20140520175740_756_0001.jpg)
지난 3월, 제23대 KIST 원장으로 취임한 이병권 원장은 국내 출연연구기관의 맏형으로서 미래를 선도하는 연구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원장이 생각하는 KIST의 역할은 현재 문제를 해결하거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먼 미래를 보는 연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15년쯤 전에 KIST가 뇌과학과 차세대 반도체 스핀트로닉스 연구를 시작할 때 의구심을 가진 시각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 분야 연구를 선도한 결과 뇌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기관이 국내에 5~6개가 설립되고, 연구역량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KIST가 TF를 구성해 20여년 후 부상할 신기술 분야를 발굴하고 지금부터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국가적 이슈에 대응하는 연구나 가까운 미래에 대한 연구 역시 비중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급격한 고령화와 핵심자원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한단계 도약을 위해선 차세대 첨단 소재개발 등 혁신적 기술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미래 변화를 야기하는 국가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이 불안해하는 치매, 녹조, 조류독감 등 사회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해달라는 국민적 기대에도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융·복합 연구가 필요한 만큼 타 출연연이나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KIST는 종합연구소임에도 예전에는 학제 중심으로 운영돼 융합이 잘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전임 원장때부터 학제간 조직을 연구소 조직으로 바꾸면서 다양한 융합연구가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KIST 의공학연구소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의공학연구소는 화학, 화공, 재료, 생체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가 참여해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터전이 됐다.
융합연구를 장려하는 제도적 기반도 갖췄다. 융합연구로 성과를 내면 단독 연구보다 더 가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부적인 융합 강화에 그치지 않고, 산·학·연간 융합협력 연구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미래부가 추진하는 출연연 고유임무 재정립 작업에 대한 견해도 내놨다.
이 원장은 “기관이 잘할 수 있는 연구를 타 연구주체와 함께 수행해 효율성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연구성과를 중소·중견기업 발전 등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KIST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산업화형 연구를 기존 5% 이하에서 15%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 축적한 연구자원과 지적재산권을 새롭게 패키징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 기초·원천 연구역량과 연계되는 중소기업 지원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성장했지만, 중소기업 역량은 아직 부족합니다. 한국경제가 도약하려면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합니다.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모델을 시도하고, 여기서 성공사례가 나오면 다른 출연연으로 전파하겠습니다”
이 원장의 고민과 계획은 단시간에 나온 것이 아니다. 연구원으로 KIST에 입사해 30년 이상 근무하며 생각해온 것들을 원장이 되어 실천하는 것이다. 당연히 많은 고민이 있었고, 엄청난 애정이 담겼다.
기관 운영의 원칙은 ‘연구자가 행복하게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소’로 정했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제도, 인프라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연구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사항은 원장이 직접 챙길 생각이다.
이 원장은 “KIST에서만 평생을 근무해온 만큼 KIST의 발전, 나아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나름 의미있는 기여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먼저 생각하고, 벽을 허물어 KIST 역량이 출연연 전체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고민해왔던 부분을 원장으로 하나씩 소신껏 해결하고,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한불란(信汗不亂)’의 고사처럼 긴 호흡, 힘찬 걸음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