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시스템통합 과정에서 무리하게 사업 단가를 낮추는 시도가 프로젝트 부실로 이어져 고객 신뢰를 잃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객 요구에 맞추기 위해 현실적인 단가 책정과 하도급 소프트웨어(SW)기업의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화 사업 주사업자가 프로젝트 단가 절감을 위해 고객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정보화 사업 구축이 끝나도 제대로 된 유지보수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정보화 사업 주사업자는 2억원 규모 금융기관 데이터관리 시스템 구축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업체는 하도급 SW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고객이 구축하려는 시스템의 전문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프로젝트 진행 도중 관련 SW기업을 교체하는 일이 발생했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입찰 제안요청서(RFP)에 사업 방향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는데도 하도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SW기업과 일하려다 문제가 생겼다”며 “단가 낮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과 결과물이 고객사 사업 방향과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은행은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결과물이 기본 설계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잔금 지급을 보류하기도 했다. 해당 은행은 구축업체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잘못된 분리발주 관행도 부실 프로젝트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한 SW기업 대표는 “정보화 사업과 SW 분리발주를 진행할 때 최소한 한 달 전 SW 하도급 선정을 끝내야 하지만 주사업자 선정 때까지 미루거나 동시에 발주하는 사례가 많다”며 “고객이 요구하는 프로젝트 품질이 고려되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돼 프로젝트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화 주사업자가 사업을 발주받을 때 시스템 구축 관련 세부 사항을 점검하지 않고 단가 맞추기에 급급해 기본적인 RFP도 따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정보화업체의 무리한 사업 진행에 따른 피해는 고객사와 하도급기업에 돌아갔다. 협력사에 근무하는 한 임원은 “단가 절감을 위해 협력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보화업체가 원하는 단가에 맞추기 전까지 하도급 계약을 맺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계약을 끝내고 대금을 받기 위해서 결국 주사업자가 원하는 단가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하도급 SW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예산이 맞지 않아 경영에 어렵고 결국 소홀한 사후관리와 유지보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
권동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