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젊은 리더, `형식 파괴` 개혁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 게임 기업 넥슨을 새로 이끄는 젊은 선장 박지원 대표가 ‘형식 파괴’ 개혁 카드를 꺼냈다. 개발자에게 동기를 부여해 흥행작을 만들어내고 비대해진 조직의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대표는 2003년 넥슨에 입사한 후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초고속 승진했다. 올해 서른일곱에 불과하지만 넥슨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3월 정식 부임 후 발빠른 조직 개편을 단행하더니 보상과 기업 문화까지 일신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파격적 인센티브다. 기존 흥행작 유지보다 자체 개발 흥행작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 우수 인재를 영입하려는 복선도 깔려 있다. 구체적 내용은 협의 중이지만 억대 보상도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박 대표는 지난 26일 넥슨개발자콘퍼런스에서 자체 개발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넥슨이 2004년 이후 10년간 외부 개발사를 인수합병하며 외형적 성장을 해왔지만 같은 기간 동안 자체 개발해 성공한 작품이 없어서 투자회사, 사업회사로 인식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내부에 온라인게임 개발 프로젝트 6개, 모바일게임은 20개 이상 개발 중인 것을 보면 여전히 개발 비중이 높지만 과거 넥슨이 성공했던 창의력 높은 게임, 새로운 장르 개척, 신선한 비즈니스 모델 발굴 의지가 약했다”고 돌아봤다.

넥슨은 이미 지난 4월 조직개편으로 ‘원 프로젝트 원 리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프로듀서(PD)가 순차적으로 상급의 결재과정을 거치지 않고 개발총괄부사장과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파격적인 제도다. 빠른 의사결정, 자유로운 개발 분위기를 조성하고 권한과 책임을 높였다.

조직 문화도 확 바꿨다. 직급으로 부르는 사내 호칭을 없애고 임원실을 개방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려는 의지다. ‘대표’ ‘팀장’ ‘과장’ 등 각 직급으로 부르는 대신 ‘님’으로 일원화했다. 신입 사원이 박지원 대표를 부를 때도 ‘지원님’ 혹은 ‘박지원 님’으로 부른다.

대표이사 실을 비롯한 전 임원실은 회의실로 개방토록 했다. 박 대표가 먼저 솔선수범해 자신의 책상을 밖으로 꺼내고 다른 사원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기존 대표이사 실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회의실로 사용한다. 개인 업무공간을 개방한 것은 사내 여러 실무진과 좀 더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넥슨 관계자는 “임원실에 들어가려면 심리적 부담이 있었는데 칸막이 너머에 바로 있으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져 업무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는 연이은 변화 행보의 이유를 “넥슨이 과거에 잘한 장점을 살리고 현재 상장사로서 갖춘 강한 체력을 결합해 새로운 정답을 찾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의 젊은 리더, `형식 파괴` 개혁을 시작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