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에 걸린 피해자들과 대화를 재개했다. 지난해 12월 협상 중단 이후 5개월만이자 이달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 이후 첫 공식 만남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28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협상을 가졌다.
삼성 측에서는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과 DS(부품) 부문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반올림 측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부친을 비롯한 유족과 노무사 등이 자리했다.
이날 협상은 지난 14일 삼성전자가 심상정 국회의원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한 내용을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 △중재기구 구성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첫 사망자 발생 이후 7년여를 끌어온 문제를 놓고 양측이 다시 대화의 장을 마련함에 따라 사태 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찾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협상은 큰 마찰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재기구 구성을 놓고 일부 이견이 있었으나 양측 모두 대화를 재개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추가 실무 협상은 다음달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피해자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등 세부 논의가 시작되면 양측의 의견 차이가 드러나면서 적지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도 반올림 측이 삼성전자 노조 문제까지 지적하는 등 향후 협상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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