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층 수 늘린 2세대 V낸드 양산 개시…수율 확보가 관건

삼성전자가 적층 수를 32단으로 늘린 3차원(3D) V낸드 메모리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24단으로 첫 V낸드를 양산한 지 9개월여 만이다.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3D 공정에서 조기에 높은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지적됐다.

29일 삼성전자는 1세대 V낸드보다 30% 이상 적층 수가 증가한 2세대 V낸드 메모리를 국내에서 양산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정부에 관련 기술 수출 신고를 마친 만큼 중국 시안 공장에서도 양산 준비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V낸드는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통형 CTF(Charge Trap Flash) 셀을 수직으로 쌓은 3D 메모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4단 V낸드를 양산, 이를 탑재한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출시했다. 이번에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 것은 24단 V낸드의 차기 모델에 해당하는 32단 V낸드다.

업계는 3D 낸드가 기존 미세공정 기반 제품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32단 이상의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서둘러 32단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신규 설비 투입 없이 기존 V낸드 설비로 32단 V낸드를 생산한다. 기존 설비를 유지한 채로 적층 수와 집적도만 향상시켜 원가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24단 V낸드가 시장을 타진하는 역할을 했다면 32단 V낸드는 본격적인 수요 창출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평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양산 소식을 전하면서 32단 V낸드를 탑재한 프리미엄 PC용 SSD를 함께 출시했다. 전영현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뛰어난 성능의 대용량 V낸드 SSD를 적기에 제공해 V낸드 대중화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3D 낸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양산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3D 공정 특성상 수직 적층 수를 늘리고, 적층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두 가지 모두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 3D 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가 양산을 준비 중이지만 삼성전자와 달리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16나노 미세공정 전환에 더 힘을 쏟는 모습이다.


2세대 V낸드 양산으로 속도전을 택한 삼성전자로서는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필수적이다. 수율 확보에 실패하면 자칫 경쟁사에게 시장 주도권을 넘겨주는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양산에 나선 2세대 V낸드 메모리.
삼성전자가 양산에 나선 2세대 V낸드 메모리.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