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BS 미래, 새 기관장에 달렸다

세계적인 과학자 3000명을 모아 기초과학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중심축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지난 17일로 개원한 지 만 2년이 됐다. 겉으론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시스템 부분 부분을 땜질식으로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다.

‘기초’가 부실하니 그만큼 고칠 것도 많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뒤에 아무리 단추를 잘 끼워도 줄줄이 엇나가게 마련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육성을 위한 예산배분이 특정분야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중이온 가속기에만 4000억원이 들어간다. 5년간 과학벨트에 들어갈 예산규모는 5조2000억원이다. 모두 국가 기초과학 연구개발(R&D) 예산에서 가져와야 한다.

연구단 50개를 운영하면 한 해에만 줄잡아 5000억원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 우리나라 기초과학 관련 예산은 4조원가량이다.

이 같은 연구비 지출 규모에 정부는 ‘적정화’와 ‘탄력적 운용’이라는 카드를 내놓고 분위기만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릴 뿐, 뾰족한 대안은 사실상 없다.

다른 쪽에서 특정 대학만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자 부랴부랴 지원범위를 넓히고, 당초 방침대로 외부 연구단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또 대학이다.

위상으로 보면 출연연은 이들을 늘 ‘눈엣가시’로 보고 있다. 초기 임시방편으로 곶감 빼가듯 빼간 인력 조달처가 출연연인데다 자신들보다 ‘나은 것도 없으면서’ 도대체 왜 연봉은 1.5배나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도 종종 나온다.

기초과학 연구를 주창하며 사업단 선정에서 출연연을 외면하다, 궁여지책으로 공동연구를 위한 ‘파트너 랩’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선정된 곳은 없다.

연구단별로 매년 10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방침에서 삭감이 가능한 탄력적 운영으로 지원 룰도 바꿨다.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의 무더기 낙하산 문제도 논란을 일으켰다.

정상적이었으면 안 해도 될 일도 많이 한다.

지난 26일엔 임기 2년 6개월을 남겨놓고 중도 사퇴한 오세정 전 원장 후임 선발 공고를 냈다. 28일엔 6월 말까지 10개 연구단, 25개 분야 부단장직을 무더기로 뽑는다는 발표를 냈다. 그룹리더제를 2~5년 내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이를 부연구단장이 대체하도록 할 방침이다. 부원장급 직위는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동연구단장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글로벌을 지향하기 위해 뽑아놓은 외국인 단장들은 시스템 갖추다 시간 다 보내고, 귀국해야 할 판이 벌어지니 내린 결정이다.

어쨌거나 IBS의 출발은 거창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가 됐다.

현재 서울대 총장 3배수 후보에 올라있는 오세정 전 IBS 원장 탓만도 아니다.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정부와 정계, 과학기술계 모두의 책임이다.

두세 달 뒤에는 새로운 기관장이 오게 돼 있다. 기관장 역량에 따라 IBS는 이 같은 어려운 과거를 추슬러 미래로 나아가느냐, 또다시 헤어 나올 수 없는 질곡으로 빠지느냐의 갈림길을 맞게 된다.

지난해 평가에서 꼴찌하다 올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곧 임기 만료가 되는 기관장이 공모도 하지 말고 이사회에서 그냥 낙점하자는 ‘막가파식’ 주장을 펴는 인물은 최소한 선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청와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