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정책 혼선 증폭…컨트롤타워 만들자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정책 혼선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산업 육성과 규제라는 정책 목표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지만 합의와 조정은 사실상 실종됐다.

특히 급속한 전장화와 ICT 융합으로 기술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산업 유관 부처는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세계 5위 생산국이자 단일 수출 품목 1위(부품 포함)인 자동차 산업의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려면 전 부처를 아우르는 자동차 정책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탄소차 협력금제, 튜닝 산업 육성, 연비 규제 등 유관 부처 간 협업이 절실한 자동차 산업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당장 내년 도입 예정인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신차 구매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보조금 지급 △중립 △부담금 부과 구간 협의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가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당초 4월로 예정됐던 조정안 발표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제도 시행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음을 감안하면 업계와 소비자 혼란만 가중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9월과 10월, 산업부와 국토교통부가 산하 협회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중복 논란이 커진 튜닝 산업 육성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협회 통합이 답보 상태다. 부품 산업 육성을 주관하는 산업부와 관련 규제를 관장하는 국토부의 주도권 싸움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과도한 튜닝 규제 완화가 화두로 대두되면서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두 부처의 물밑 갈등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튜닝 관련 규제 완화는 국토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양대 협회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연구개발 등 산업 기반 육성은 산업부의 고유 영역이어서 관련 업체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외에 △연비 사전 인증(산업부) 및 사후 규제(국토부) △자율주행 등 차세대 스마트카 기술 개발을 위한 부처 간 협업(미래부, 산업부, 국토부) △전기차 개발 및 보급(산업부, 환경부) 등의 산적한 현안도 많다.

여기에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 11개에 달하는 자동차 관련 세제를 관할하는 기재부 및 안전행정부, 노동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고용노동부 등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부처는 갈수록 복잡해졌다. 국가의 대표 주력 산업이자 융·복합 산업인 자동차의 이해 관계자가 많아지면서 이를 조정할 정책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부총장은 “선진국에 비해 50여년 이상 늦게 출발한 우리나라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한 것은 기술 자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육성 정책이 주효했다”며 “하지만 자동차가 부품소재, IT, 서비스, 에너지, 안전, 환경 등을 아우르는 대표 융·복합 산업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어 부처 간 협업 체계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