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열풍이다. 옷, 신발뿐만 아니라 TV, 자동차, 심지어 물티슈와 같은 생활용품까지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해외 직접구매(직구) 결제액이 1조3000억에 육박한다. 온라인 쇼핑족 네 명 중 한 명이 경험했다. 일시적 유행을 넘어 삶에 스며들었다.
왜 그런지 그 대상 제품을 보니 알겠다. 국내외 판매가격 차이가 크다. 심지어 다섯 배 차이도 있다. 관세, 부가가치세를 내도 ‘직구’가 훨씬 싸다. 물건을 받아볼 때까지 걸린 시간과 수고를 보상받고도 남는다. 수요가 적은 개인 기호품과 같이 수입되지 않는 제품도 대상이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고 외국에 갈 일도 없으니 인터넷 사이트를 뒤진다.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상당수 수입업체가 그간 폭리를 취했다. 또 가격부터 기호까지 소비자 요구를 읽지 못했다. 특히 젊은층의 영리한 소비에 둔감하다. 여기에 큰 변화가 없으면 직구 열풍은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수입업체에게 악몽이다. 판매수량 뿐만 아니라 마진마저 줄 판이다. 일부 업체는 외국 거래처에 한국 소비자 접근을 막는다. 돌아올 부메랑은 더 크다. 그간 정부도 바로잡지 못한 불합리한 수입 가격 횡포다. 직구가 단번에 고친다. 정부 규제보다 매서운 소비자 채찍이다.
소비가 해외로 옮겨간다며 외화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는 소비자 편익이다. 역직구도 늘어난다. 한류 열풍 덕분인지 국내 사이트를 찾아 와 한국 제품을 사는 외국 소비자가 부쩍 많아졌다. 이들 역시 한국산 제품을 거품 없이 사게 됐다. 정작 국내 생산 업체는 별 타격을 받지 않는다. 되레 국내외 유통업체 횡포와 울타리를 벗어나 더 큰 세상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직구는 디지털경제로 국경이 사라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계무역체제와 자유무역협정으로 상품 교역에서 국경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다. 디지털경제는 이 물리적 경계마저 허문다. 온라인으로 세계 어느 곳과 상품을 사고판다. 직구는 그 과정의 거품까지 없앤다.
교역의 또 다른 장애물은 소통의 어려움이다. 이 또한 곧 거의 사라진다. 불과 2세기 전만 해도 선적한 상품이 잘 도착해 얼마에 팔렸는지 알려면 1년을 기다려야 했다. 전신, 전화가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당겨놨다. 언어 문제 역시 실시간 통·번역기 등장으로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온갖 교역 장애물 사이에서 이득을 취한 세력은 발붙일 곳을 잃는다. 무역혁명이자 유통혁명이다.
직구 소비자들 사이에 정부가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돈다. 분기별 5000달러 이상인 경우 내역을 관찰하도록 하자 더욱 그랬다. 이 우려는 정부가 지난 4월 병행수입과 통관절차 간소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조금 수그러들었다.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직구 품목에 수출품이 늘어난다. 국내외 가격차가 커 역차별 논란을 빚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해당 기업, 특히 대기업이 정부 직구 정책을 움직일 것이라는 소비자 우려도 커진다. 기우로 끝나야 한다.
직구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 소비자도 뒤늦게 합류한 세계적 물결이다. 직구로 인한 일부 탈법 행위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흐름 자체를 되돌릴 수 없다. 기존 아날로그경제 틀에서나 가능한 시도다. 내수경기에 일희일비 하는 규제 정책보다 직구로 실체를 확인한 디지털경제를 실물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할 진흥 정책을 고민할 때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