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수종이나 다지증 등 선천성 희귀유전질환이 섬모 기능이상 때문에 발병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섬모 기능이상과 관련한 비만이나 암, 감각계 질환 등의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혁완 동국대 약대 교수와 복진웅 연세대 의대 교수는 공동 연구를 통해 세포내 안테나인 섬모 기능이상이 장기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고 10일 밝혔다.
태아 발생과정 중 신경계, 내분비계, 골격계 기관 형성에 심각한 이상을 유발하는 유전질환인 ‘ECO 증후군’의 발병 원인 유전자는 ICK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ICK 유전자 이상이 어떻게 신경, 내분비, 골격 등 광범위한 장기발생에 영향을 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ICK 유전자 염기서열 변화가 세포내 신호처리를 돕는 섬모의 길이 조절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장기 발생에 이상을 유발하는 사실을 밝혔다. 실험모델로 사용한 ICK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는 생쥐는 정상생쥐와 달리 ECO 증후군에서처럼 뇌실에 뇌 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거나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한쪽에 6개 이상 존재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ICK가 섬모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인산화하지 못해 섬모가 길어지면 섬모가 신호를 분류하고 전달하는 허브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각종 장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발생신호가 활성화되지 못해 발생이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ICK 인산화효소 조절 약물 발굴을 목표로 섬모기능 이상에 의한 질병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고혁완 교수는 “그동안 원인이 불분명했던 희귀 유전질환 발병원인이 세포 소기관인 섬모 기능 이상에 의한 세포내 신호전달 문제 때문이라는 것과 인간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형이 동물모델에서도 유사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유사한 섬모기능 이상에 의한 질병 이해에 실마리가 되는 한편 섬모 활성조절 약물 개발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고, 연구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 5월 22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