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자동긴급제동(AEB) 등 차량용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위한 부품 국산화가 착실히 진행되는 가운데, 외국 부품업체가 보급형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면서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외국 부품업체는 규모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펴고 있어 국산 부품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율주행 등 차세대 스마트카의 근간이 되는 레이더 및 카메라 센서 국산화가 암초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쉬는 최근 차량 전방 100미터 이내 거리를 탐지할 수 있는 미드레인지 레이더 센서를 내놓고,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보쉬가 선보인 레이더 센서는 만도·현대모비스 등 국내 부품업체가 개발한 롱레인지 레이더 센서보다 크기는 절반 이상 작고, 가격도 3분의 2수준으로 저렴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롱레인지 레이더 센서는 최대 탐지 거리가 200미터 이상으로 길지만, 준중형 및 소형 승용차에서는 미드레인지 레이더 센서 탑재가 유력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실제 만도는 신형 제네시스, 현대모비스는 신형 쏘나타에 레이더 센서를 공급했지만 차기 모델 적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세단에 이어 준중형 및 소형차에도 레이더 센서 탑재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이 시장을 겨냥한 외국 부품업체의 제품이 선보이면서 국내 업체들의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차량용 레이더 센서는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크루즈컨트롤 등을 비롯한 ADAS 기능 구현에 가장 핵심이 되는 부품이다. 전방 차량의 유무 여부와 거리 측정 데이터를 통해 차량의 주행 및 제동 기능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보쉬의 미드레인지 레이더 센서를 탑재한 소형 세단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만도 등 국내 부품업체들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업체도 탐지 거리와 센서 크기를 줄이는 등 스펙 조정을 통해 보급형 레이더 센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도 등 국내 업체들도 해외 경쟁사에 대응해 탐지 거리를 줄이고, 센싱 정확도를 높이는 등의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를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보쉬와의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차량용 센서 국산화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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