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차세대 TV로 강력히 밀고 있는 55인치 풀HD 곡면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가격이 해외에서 3000달러대에 진입했다.
LG가 지난해 1만5000달러에 세계 최초로 출시한 모델로 시장선점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LG는 3분기 풀HD와 비교해 화질을 네 배 높인 초고화질(UHD)의 곡면 OLED TV를 추가로 선보이며 OLED 시장 개척에 속도를 더한다.
10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LG가 지난해 출시한 55인치 OLED TV 가격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 최근 3999달러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지난해 4월, 북미에서는 7월 처음 출시됐다.
두 달가량 출시가 늦었던 삼성전자와 초반 가격경쟁을 펼치며 지난해 양사 모두 8999달러로 가격을 내렸으나 이후 LCD 패널에 화질을 높인 UHD LCD TV가 인기를 끌면서 OLED TV 가격 하락세는 주춤했다. 삼성전자가 UHD TV에 집중한 반면에 LG전자는 UHD와 OLED TV 양방 전략을 펴면서 OLED TV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췄다.
LG전자의 이번 가격 인하는 OLED TV가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3999달러는 업계가 보는 TV 대중화 가격 마지노선인 300만~400만원에 상당히 근접한 가격이다.
회사는 가격 인하에 맞춰 OLED TV 마케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영국과 헝가리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및 헝가리 최대 프리미엄 가구쇼핑몰인 맥스시티와 공동마케팅을 펼쳤다. 호주에서는 국립 마리타임 미술관에서 곡면 OLED TV 전시행사를 열었다.
3분기 화질을 네 배 개선한 UHD OLED TV가 추가로 출시되면 OLED TV 인기몰이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OLED TV시장에서 55인치는 풀HD로, 65인치와 77인치는 UHD로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아직 UHD OLED TV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초기에는 1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OLED TV 시장 규모(수량 기준)를 10만대로 내다봤다. 이는 UHD TV 시장 규모 1289만대와 비교해 크게 낮다. 하지만 이번에 파격적인 가격인하가 이뤄진 데다 시장 또한 빠르게 반응하고 있어 OLED TV 실제 판매량이 더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도현 LG전자 사장은 1분기 TV부문 수익성 개선과 관련, “OLED와 UHD TV 등 대형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LG의 과감한 OLED TV 가격 인하는 선도사업자로서 시장 개척에 확신을 가진 결과로 보인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 패널 수율이 개선되며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의 잇따른 호평에 자극됐다.
최근 영국 주요 TV 화질 선호도 조사에서 OLED나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가 UHD TV를 압도했다. 영국 TV전문 매체인 HDTV테스트는 “화질 측면에서 UHD TV가 PDP나 OLED TV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며 차세대 TV 부문에서 UHD LCD TV가 아닌 풀HD OLED TV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프랑스 최대 온라인 IT제품 리뷰잡지인 레뉴메리크도 LG OLED TV의 화질·색균일성·디자인 등에 만점인 별 다섯 개를 주며 “현재까지 평가했던 모든 제품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극찬했다.
생산수율 개선과 중국 업체의 잇따른 제품 출시도 영향을 미쳤다. LG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수율을 공개하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대량 공급이 가능한 80%에 육박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해외 다수 업체에 OLED TV 패널을 공급한다. 스카이워스·창홍·콘카 등 중국 TV업체가 OLED TV를 지난달 초부터 출시하고 있다.
가장 큰 기회 요인은 핵심인 패널(OLED)을 우리가 독보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이다. 중국업체가 TV를 출시하고 있지만 패널을 우리 기업이 공급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가격이나 수요 조절 주도권을 우리가 행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BOE를 비롯한 일부 업체가 OLED 패널 개발에 착수했지만 증착 등 대형 OLED 패널 생산에 이르기까지는 앞으로 2년에서 길게는 3년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UHD 및 OLED TV 시장 규모 추이 및 전망(단위:천대) ※자료:디스플레이서치(수량 기준)>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