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이제 ‘할 일’을 하자

[관망경]이제 ‘할 일’을 하자

세종정부청사는 꽤나 조용하다. 출퇴근,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돌아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무실 내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낮은 대화와 전화 소리, 프린터 작동 소리가 대부분인 여느 기업 사무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차분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싱숭생숭한 분위기가 가득 차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계속 이런 상태다. 세월호 사고 후에는 긴장이, 관피아 논란이 불거진 다음에는 근심과 자조가 청사를 메웠다.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도 그들에게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지난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위기는 한층 어수선했다. 선거 결과가 개각에 미칠 영향을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가 마무리된 후에야 세종청사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문제는 그동안 새롭게 쌓인, 그리고 미뤄둔 업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해 미뤄온 일이 적지 않다. 명확히 이유를 밝히지 않고 산하기관장 선임을 미루거나, 법안 처리에 소홀했던 부처가 한둘이 아니다. 추진 계획만 밝히고 아직 시작도 못한 업무도 상당수다.

국가개조, 규제 개혁, 안전 관리 강화, 관피아 척결 등 새롭게 부각된 해결 과제가 산적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위축된 내수 활성화도 미룰 수 없는 숙제다. 물론 각계각층의 요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본연의 업무에도 다시 속도를 내야 한다.

안타깝지만 공무원을 혼란스럽게 할 이슈가 아직 남아 있다. 다음 달 보궐선거, 새로운 총리 후보자 임명에 따른 논란, 무엇보다 앞으로 본격화할 개각이 변수다. 하지만 국민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을 믿고 있다. 두 달 동안의 혼란이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했다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할 일’을 할 때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