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중소 팹리스로 보내고 싶은데 강제로 보낼 수도 없고 고민이 많습니다.”(A대학 반도체 전공 교수)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편견을 갖고 있는데 고쳐 나가기 쉽지 않아요.”(중소 팹리스 B사 인사담당자)
중소 팹리스 기업의 인력난은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해묵은 과제다.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도 어렵고, 운 좋게 채용하더라도 회사를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번에는 대학 교수들이 인력난 해소를 위해 팔을 걷었다. 학생을 가까이에서 접하는 교수들이 힘을 쓴다면 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해서다.
서강대 아날로그IP설계기술연구센터(AIPRC)와 서울시립대 시스템IC설계연구센터(SIDRC)는 지난 11일 저녁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실리콘마이터스·에프씨아이·이디텍·하이딥 등 팹리스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산학 간담회를 갖고 인력난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AIPRC와 SDRC는 대학IT연구센터(ITRC)로는 드물게 아날로그 반도체를 전문 연구하는 곳이다. 각각 지난 2010년과 2012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멀티미디어·전력·방송통신 아날로그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두 곳 모두 R&D뿐 아니라 중소 팹리스를 위한 인력 공급에도 힘쓰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한 교수는 “우수 인력을 중소기업에 보내기 위해 군 미필자 위주로 연구생을 뽑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 미필 학생은 병역특례를 위해 중소기업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많아 꺼낸 고육지책이다.
팹리스 최고경영자(CEO)가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 인지도가 낮은 만큼 CEO들이 학생과 수시로 만나며 기술적 도움도 주고, 회사를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센터가 석박사 과정 80여명에게 조사해보니 제대로 알고 있는 우리나라 팹리스가 5개도 채 되지 않는 학생이 60%에 달했다.
또 다른 교수는 “중소 팹리스가 대기업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중소기업을 선택하도록 팹리스가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AIPRC 센터장은 “산업 전반에 걸친 우수 인력 공급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쉽지 않지만 산학 프로그램 등을 강화해 인력난 해소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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