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64개 언어로 번역돼 4억부가 넘게 팔렸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한 일곱 편의 해리 포터 영화는 무려 50억달러 이상 흥행수입을 올렸다. 해리 포터가 영화, 게임, 음악, 뮤지컬, 광고 등으로 확산돼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올린 매출액은 308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한국의 반도체 수출 총액 231조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의 인세와 영화판권으로만 1조원을 넘게 벌었다. 영국에서는 200위 내에 손꼽히는 부자다. 조앤 롤링은 이야기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선진 작가 가운데 이야기 한 편으로 세계 최고 갑부반열에 오르는 사례도 많다. 선진시장에서 콘텐츠의 성공은 작가들의 삶 역시 바꿔놓는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이제 널리 알려진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건은 우리 콘텐츠 산업 내 이야기의 가치를 여전히 대변해준다. 어린이용 창작 그림책 구름빵은 2004년에 나온 백희나 씨의 데뷔작이다. 백 씨는 200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고, 구름빵은 프랑스·대만·일본·중국·독일·노르웨이 등에 수출됐다. 캐릭터 상품은 물론이고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무명작가였던 백씨는 2차 콘텐츠 등 모든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기고 850만원을 받는 이른바 ‘매절(買切)’ 계약을 했다. 당시엔 출판계 관행이었던 측면도 있다. 백 씨는 전시회 등의 지원금으로 1000만원을 더 받았지만 인세(보통 매출의 10%) 수억원을 놓치고 2차 콘텐츠 제작에서도 배제됐다.
불공정한 계약 관행에서 비롯된 피해인만큼 이는 단순히 백 작가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러한 매절 구조는 일부 유명작가를 제외하면 흔한 계약 형태다. 최근 문화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야기의 경제적 가치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약 2조3561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야기에 들이는 제작비 1239억원의 20배에 가깝다. 이야기 하나를 원작으로 영화, 연극, 게임, 음악 등에 녹아들어가 콘텐츠 산업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PC나 스마트폰에 반도체가 장착돼 부가가치를 키우는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는 다양한 콘텐츠의 뿌리가 돼 콘텐츠의 가치를 높여준다.
경제적 가치가 높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가 챙기는 몫은 매우 적다. 한 드라마 작가는 “유명작가를 빼면 수입은 편당 수백만 원에 그친다”며 “이마저도 방송 후에나 받는 구조여서 생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이야기 창작자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는 한류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는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리포터 시리즈 실적>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