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사이버 분쟁의 불똥이 애꿎은 글로벌 IT 업계와 사람들에게로 튀고 있다. 중국 정부는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IT 업체와의 계약을 끊겠다고 밝혔으며 모든 해외 IT제품에 새 검열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의 중국군 기소 이후 MS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다. 중국 정부가 정부 기관용 컴퓨터에 MS 윈도8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MS에게 중국은 다루기 어려운 시장이다. 불법 복제 때문에 윈도 운용체계(OS) 수익이 낮기 때문이다. CNN은 최근 90%가 넘는 중국 PC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스티브발머 MS 전 CEO는 2011년 MS 직원들에게 “중국과 미국 내 컴퓨터 판매량은 비슷하지만 네덜란드보다 중국에서 MS 수익이 더 적다”고 토로했다. 중국 정부까지 이제 아예 윈도8을 쓰지 않겠다고 하니 중국 시장에서 MS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 더 줄어든 셈이다.
MS는 윈도8의 사용을 금지한 중국에 대해 공식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MS는 중국 언론 등에 공개한 성명에서 특정 정부를 위해 다른 정부나 고객을 공격하는데 협조한 적이 없으며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리자가 일부러 만든 보안 허점인 ‘백도어(back door)’를 만든 적도 없다고 밝혔다.
MS의 성명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의 MS제품 금지령이 10년이 넘도록 지속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1년 중국내에서 MS의 게임 콘솔 X박스 사용 금지를 명령했으며, 작년에 해제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대형 은행에 쓰이는 IBM 서버를 현지 업체 제품으로 대체하라는 무언의 압박도 보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인민은행, 중국 재무부를 포함하는 정부기관들이 은행들에게 이같이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범 프로그램 일환으로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자국 은행의 IBM 컴퓨터 사용을 전면 중단할 경우 IBM의 중국 내 수익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IBM은 이미 지난 1분기 중국 내 매출이 20% 급감했다.
중국은 시스코를 아예 해킹 주범으로 몰고 갔다. 중국 언론사들은 시스코가 중국에 수출하는 자사 제품에 백도어를 장착해 팔았으며, 지난 10년간 중국 내 주요 IT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보를 미국 정부에 흘렸다고 보도했다. 시스코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존 에른하르트 시스코 대변인은 “시스코는 중국 등 세계 어느 국가도 감시하지 않고 어떤 국가의 정보 탈취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하도급업체가 많은 타 산업 부문과 달리 IT 분야는 중국 고객사가 훨씬 많다. 중국의 행보에 수많은 IT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나온 이후 중국에서 미국 IT제품 매출 감소 추세가 두드러졌다.
이런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사람들은 우려를 표했다. 제프모스 데프콘·블랙 햇 창립자는 미국이 데프콘에 참석할 중국인들의 비자발급 거부를 검토 중인 사실을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양국 간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