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6월 20일, 오늘날의 정보통신혁명에 큰 역할을 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이 개발될 수 있는 기반인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 개발자 잭 킬비가 세상을 떠났다.
킬비는 1923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났고, 1947년 일리노이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센트럴랩에 들어가 1958년까지 세라믹 기반 실크스크린 회로 디자인과 개발 업무를 맡았다.
그가 역사적인 개발을 하게 된 것은 1958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로 자리를 옮긴 것이 계기가 됐다. TI에 입사 이듬해인 1959년 킬비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소자들을 1개의 게르마늄 칩 위에 집적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칩 위의 부품들을 미세한 금선으로 서로 연결했기 때문에 작업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단점은 있었지만, 집채만 하던 컴퓨터 정보를 손톱만 한 크기의 칩 속에 집적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킬비의 집적회로 발명은 현대과학의 핵심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발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톰 엥기바우스 TI 회장은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작업을 한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며 “잭 킬비는 헨리 포드, 토마스 에디슨, 라이트 형제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킬비는 이 발명으로 헨리 포드, 토마스 에디슨, 라이트 형제들과 함께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1970년 TI를 사직하고 개인사업을 시작한 후에도 TI의 비상근 고문으로 활동했다. 1978년부터는 A&M 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60개 이상의 미국 특허를 취득했고, 1982년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와 나란히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그는 고속 트랜지스터와 레이저 다이오드, 집적회로(IC) 등을 개발하며 현대 IT산업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로 미국의 허버트 크뢰머, 러시아의 조레스 알페로프와 함께 2000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