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iPS cell)에서 고장난 혈우병 유전자를 원상 복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세포치료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김동욱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팀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단장 김진수)은 공동 연구를 통해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염색체 일부를 뒤집고, 뒤집어진 부분을 원상복구도 할 수 있다고 15일 밝혔다.
사람의 유전체는 특정 유전자 일부가 뒤집어지거나 삭제 또는 중복된다. 이러한 변이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되는 ‘구조 변이’다. 중증 혈우병 환자 대다수는 8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 일부가 뒤집어져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연구팀은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유전자가위 효소의 일종인 탈렌을 제작하고 인간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에 도입해 염색체 일부가 뒤집힌 혈우병 질환 모델 세포를 만들었다. 질환 모델 세포에 동일 탈렌을 도입해 뒤집어진 염색체를 원상 복구하고, 8번 혈액응고인자의 발현을 정상상태로 복구하는 데도 성공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 유래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염색체 일부를 뒤집을 수 있고, 뒤집어진 부분을 원상 복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환자 맞춤형 역분화 줄기세포는 면역거부 반응을 피할 수 있어 세포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유전병 환자는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일부가 뒤집어진 돌연변이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원천 복구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질환 치료 및 세포치료제 개발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중장기적으로 혈우병 환자의 역분화 줄기세포에서 유전자 교정을 한 후 정상으로 된 세포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에 사용하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0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