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향상과 함께 빠른 응답성 등 주행 성능을 포함한 신차의 상품성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면서 현대·기아차도 신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델파이와 공동으로 ‘GDCI(가솔린 직분사 압축 점화)’ 엔진을 개발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 신형 쏘나타를 기반으로 실차 테스트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GDCI 엔진은 독일과 미국, 일본 등 선진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1~2년 새 신엔진 기술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내연기관 연구개발 성과를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GDCI 엔진은 엔진 실린더 내에 연료를 분사한 뒤 점화플러그에서 불꽃을 일으켜 폭발시키는 직분사 방식에 디젤 엔진의 연소 방법인 압축 점화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장점을 융합하는 자동차 업계의 기술 개발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연비 성능을 기존 엔진보다 25% 이상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 미국 기술연구소가 공개한 1.8리터 GDCI 엔진은 기존 GDI 엔진보다 연비가 25% 이상 향상되고, 최고출력은 180마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각 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친환경차 개발과 함께 기존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며 “현대차가 GDCI 엔진을 상용화하면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경쟁 업체에 버금가는 연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비 향상이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 혁신에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숙제를 안겨준다. 엔진 효율성 개선과 함께 빠른 응답성으로 대변되는 주행 성능을 확보하고, 차량 경량화 등의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차량 개발이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으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엔진 하드웨어 개발과 함께 센싱 데이터 처리 및 제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가솔린 엔진 부문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던 보쉬와 결별한 뒤 내놓는 GDCI 엔진은 파워트레인 기술 경쟁력을 좌우할 터닝포인트”라며 “제어 플랫폼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이전과는 다른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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