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디젤 기술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헤르만 캐스 한국로버트보쉬 사장은 17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보쉬는 세계 1위 자동차 부품 업체이자 디젤 부품 공급사다. 그는 “한국에서 디젤 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이 복잡해 한국이 디젤 엔진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 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디젤 분야에서 현대차와의 협력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근 국내에서 수입차를 중심으로 디젤 차량이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현대차는 디젤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개발(R&D)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는 디젤 차량에 대해 기술적 종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오는 9월 시행되는 유럽 유로6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차는 9월부터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디젤 자동차를 생산하며, 이 차에 들어가는 디젤 부품의 80%를 보쉬가 공급한다.
캐스 사장은 최근 국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보쉬는 다양한 부품 솔루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특정한 차량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경제적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 대해서는 “한국 공장과 비교해 서유럽 공장 임금은 약간 낮은 수준이며 터키 등 동유럽은 훨씬 낮다”면서 지나치게 임금을 올리려는 시도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한국로버트보쉬는 올해 한국에 총 62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600억원은 대전공장 디젤 직접 분사 및 가솔린 직접 분사 공장 확장에 투입된다. 지난해 10월 부산에 대규모 공장을 연 보쉬 렉스로스는 올해 추가로 10억원을 투자한다. 이밖에 저속 상황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조절해주는 ‘트래픽 잼 어시스턴트’를 곧 출시하며, 2015년 완전 자동 주차 보조시스템을 양산할 예정이다. 올해 자동차 기술 사업부문 매출 증가에 힘입어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게 목표다. 작년 국내 총 매출액은 1조8000억원이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