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시장에 로봇 바람이 분다. 1970년대 ‘마징가Z’와 ‘로보트태권브이’가 만든 로봇 전성시대가 30년도 지난 지금 재현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손오공, 대원미디어, 퍼니플럭스, 아빠셋 등 국내 주요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잇따라 로봇 소재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봇 인기에 고무된 애니메이션 업계가 그간 유아용 시장에 치중했던 장르를 다변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손오공은 최근 애니메이션 ‘헬로카봇’의 정식 방영을 앞뒀다. 손오공은 카봇을 지난해 유튜브 등으로 전파한 데 이어 올해 TV를 통해 내보낸다. 다음 달 KBS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방영할 예정이다. 투니버스, JEI재능TV 등 케이블 어린이 채널과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메이션 방영으로 기존 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여 완구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손오공은 지난해 11월 현대차 모델로 한 ‘싼타페R’과 ‘그랜저B’ 등 2종의 카봇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4월 싼타페의 디자인을 119구조대 버전으로 재현한 ‘싼타페레스큐’, 더 뉴 아반떼 모델을 21분의 1 비율로 재현한 ‘아반떼Y’를 선보여 제품군을 확대했다.
손오공이 이처럼 변신용 로봇애니에이션 제작에 적극적인 이유는 ‘또봇’ 이후 국내 완구시장에서 애니메이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실업 관계자는 “영실업은 지난 2009년 또봇 시리즈를 출시한 이래 최근까지 613만개가량을 판매했다”며 “지난해 전체 매출의 60%가 또봇을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영실업은 2009년 208억원 규모였던 매출액이 지난해 761억원으로 3배 넘게 상승하는 등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시계마을 티키톡’으로 유명한 퍼니플럭스도 비행기 변신로봇을 내놓는다. ‘슈퍼윙스’는 국내 최초의 변신 비행기 애니메이션으로 8월 방영 예정이다. 처음에는 단순 비행기를 주인공으로 개발됐지만 최근 ‘또봇’ ‘로보카 폴리’와 같이 변신로봇이 대세를 이루면서 수정 작업을 거쳤다. 완성된 비행기 제트를 비롯한 디지, 도니, 짐보 등 8종의 캐릭터는 각각 다른 특징을 가졌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택배 비행기 제트가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대원미디어는 일본 인기 콘텐츠 시리즈물인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를 내달 케이블 채널로 선보인다. ‘레인저’와 ‘로봇’의 변신, 공룡·액션·삼바 리듬 등이 합쳐진 아동물이다. 다음 달부터 케이블채널 챔프, 애니원, 애니박스 등에서 방영한다. KBS와 KBSN이 공동기획하고 아빠셋이 만든 ‘로보틱스’도 오는 10월 전파를 탄다.
로봇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내수시장에서 국산 캐릭터가 환영받는 현상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업계 한 전문가는 “또봇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완구시장은 8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수입완구가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며 “로봇물 창작 붐은 유아 중심의 국내 애니메이션과 완구시장 다변화에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나친 쏠림현상은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로봇물은 완구 설계부터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2년 이상 상당한 기획기간이 필요해 쏠림이 덜할 것”이라면서도 자칫 졸속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늘면 시청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어 제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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