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얼마 전 삼성SDI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제휴를 체결했다. 하나는 납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2중 배터리 시스템으로, 엔진 정지 시스템 장착 내연기관 차량의 제동 에너지 회생 능력을 높여 연비를 향상하는 기술이다. 또 하나는 납 배터리를 대체할 초경량 리튬이온 배터리로, 그 개발 기간이 10년 이상 소요돼 언제 양산 차종에 적용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따라서 양사가 우선 집중 개발할 기술은 내연기관 차량 연비 향상 배터리 기술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와 삼성SDI가 조만간 개발할 기술이 납 배터리 대체용 리튬이온 배터리로 잘못 인식되어 납 배터리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왜곡된 정보로 배터리 소재와 부품 및 완제품 기업들은 물론이고 자동차 등 수요 산업계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최근 유럽배터리공업협회(EUROBAT)가 유럽, 한국, 일본 자동차공업협회 등의 검토를 거쳐 발표한 배터리 기술 전망 보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납 배터리는 충전 용량이 작지만 값이 싸고 엔진 저온 시동 능력도 우수해 앞으로도 내연기관 차량의 전기, 전자 장치에 대한 전기 공급 기능과 함께 전기동력차 보조 배터리 기능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12V 납 배터리와 48V 리튬이온 또는 납 배터리를 결합한 2중 배터리 시스템, 납-탄소 배터리 등 납 기반 첨단 배터리 기술들이 속속 개발돼 첨단 마이크로 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 향상용 기술로도 사용될 전망이다.
그밖에 고성능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용 니켈, 리튬, 나트륨 기반 대용량 배터리 기술 역시 앞으로 더욱 발전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중 리튬이온 배터리가 성능 향상과 비용 감축 추세에 따라 향후에는 니켈 수소 배터리를 대체해 전기동력차의 지배적인 배터리 기술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다만 대형 상용차의 전기 동력 시스템용으로는 니켈 염화 나트륨 배터리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요컨대, 납 배터리 기술은 다른 대용량 배터리 기술들과 함께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아갈 전망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특정 기술을 배제하거나 또는 특정 기술에만 의존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는 산업계가 정확한 미래 기술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비용 효율적 기술 조합을 선택해야 하고, 정부도 공정하고 기술 중립적인 정책과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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