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전국 3만여개 대형가맹점 대상으로 추진 예정이던 ‘IC카드 단말기 시범사업’이 가맹점 선정도 하지 못한 채 무기한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대형가맹점 단 한 곳도 끌어들이지 못한 채 실무적인 협의만 수개월째 공회전 중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오는 7월 대형 가맹점 대상으로 ‘IC카드 단말기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준비된 상황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시범사업 주체인 대형가맹점 단 한곳도 끌어들이지 못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이마트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라면세점 등 결제 건수가 많은 대형가맹점을 끌어들여 시범사업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마트 등 협의를 진행했던 대다수 가맹점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시범사업을 통해 돌아올 이익이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해주거나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데 따른 손익계산이 안 맞는다는 이유다.
한 대형가맹점 관계자는 “시범사업 등을 펼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는 물론이고 각종 장비 도입, 매장 관리 등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에 부합하는 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에 대해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정상 7월에 시범사업을 펼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도 상당수다. 가맹점 측에 따르면 IC단말기 결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에만 최소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POS 보안표준과 인증,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한 상황이라 일정을 맞출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POS 보안표준과 인증규격, 기관 선정 등을 3월에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표준안마저 최종 확정 못한 상황이다.
카드업계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앞으로 카드번호를 가맹점에서 보관 못하도록 금융당국이 POS 보안표준에 항목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카드번호 없이도 매입이 가능하도록 가맹점의 전산과 프로세스를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 또한 최소 6개월은 필요하다는 게 카드사 입장이다.
시범사업을 펼치기 이전에 모두 결론이 났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시범사업 시작 시기를 7월에서 9월로 잠정 연기했지만 가맹점은 물론이고 카드사, 밴(VAN)사 모두 올해 안에 시범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TF 관계자는 “대형가맹점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사업 주체가 많다보니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가 명확히 교통정리를 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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