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발 대규모 징계 임박...금융사 반발 확대, 금융위도 적절성 의심

금융감독원이 200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금융사 임직원 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사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조차 처리 절차가 합리적인가를 두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일부 흘러나오고 있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예고대로 오는 26일 제재심의원회를 열어 무더기 징계를 강행할 방침이다. 제재 대상에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씨티은행장 등 현직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수십여명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해명 자료 제출에도 불구하고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잡음과 고객정보 유출, 도쿄지점 비리 등의 책임을 물어 사전 통보한 중징계 수위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전 징계통보 대상자가 200여명에 달하고 소명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점 등을 내세워 ‘부실 제재’가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재결정 가운데 일부는 다음 달로 늦춰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금융사들은 일단 남은 1주일간 최대한 입장을 소명해 제재수위 낮추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료 제출에 이어 심의위원들에 대한 공식·비공식 개별 접촉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사들은 금감원이 검사 계획과 징계 여부를 사전 공개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검사와 징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론 몰이’를 한다는 입장이다. 징계 수위를 통보하는 과정에서도 정보가 ‘실시간’ 수준으로 외부에 유출됐다고 의심한다.

금감원은 지난 4월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하나캐피탈 부당대출과 관련해 경징계를 사전 통보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중징계로 선회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검찰 산하기관으로 편입돼야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0명씩 나눠 제재 심의위원회를 열어도 10번을 모여야 하는데 징계하는 데에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사실에 근거한 조사보다는 여론에 편승해 끼워 맞추기로 징계를 진행하다보니 여기저기서 빈구멍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에서도 ‘금감원의 오버 플레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의 중징계 사전 통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때도 그 내용을 금융위에 하루전날 귀뜀한 게 전부였다”며 “검사와 조사의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금감원의 행태는 추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징계 대상에 오른 금융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최고위층의 경영공백이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까봐 속앓이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KB금융그룹의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사장 등은 적극 소명작업에 착수했다. 고객정보 유출 관련해서는 2011년 3월 국민카드 분사 과정에서 고객 정보 관리는 당시 최기의 카드사 설립기획단장이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진행했기 때문에 당시 지주사 사장인 임 회장은 책임질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건호 행장 측은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감독기관이 인지하기 전에 자진 신고한 자는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소명서에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의 징계 사유가 추상적이고 근거가 없다는 점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한 명의 직원이 잘못하면, 그 위의 임원과 잘못을 몰랐던 감사, 준법감시인, 더 나아가 회사 대표까지 문어발처럼 묶어서 징계하는 일종의 연좌제”라며 “과거 금감원 직원 비리가 터졌을 때, 금감원은 그 직원을 문책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종료하지 않았는가”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