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파부침주

[관망경]파부침주

파부침주(破釜沈舟)는 ‘출진에 즈음해서는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히고 밥 지을 솥을 깨뜨렸다’는 뜻이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으로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비유한 고사성어다. 흔히 결연한 각오와 의지를 표명할 때 인용한다.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지상파방송 송출중단(블랙아웃)으로 350여만명에 이르는 모바일 IPTV 가입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지상파방송 블랙아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전례가 있다. 2년 전엔 케이블TV, 올해엔 모바일 IPTV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송출 중단이 반복되는 건 지상파 재전송을 둘러싼 방송사업자간 비용에 대한 해묵은 갈등이 근본 원인이다. 그런 만큼 송출 중단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도 이 같은 가능성을 인지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월드컵 개막 이전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 행정제재를 앞세워 압박도 했다.

그럼에도 미래부와 방통위의 일련의 행보는 방송사업자로부터 외면당했고, 결국은 무위로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드컵 중계방송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블랙아웃 가능성이 여전하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중재와 압박에 방송사업자가 더 이상 무게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속된 말로 미래부와 방통위의 ‘영(令)’이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양 부처의 행보를 요식행위로 간주할 정도다.

재전송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고 심각한 지 익히 알려진 만큼 그간 미래부와 방통위의 해결 노력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다만 미래부와 방통위가 지상파 재전송 문제 해결에 굳은 의지가 부족한 데 ‘영’이 서겠느냐는 세간의 평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