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주요 국가는 ‘제조업 살리기’에 나섰다. 독일·중국 등 제조 강국이 세계적 불황에도 비교적 잘 버텨내는 것을 보고서다. 고용·투자 등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필수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사물인터넷(IoT)·웨어러블 등 첨단 기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제조업은 3D(Difficult·Dirty·Dangerous)가 아닌 고부가 산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제조 강국’이라 불렸던 한국에서 제조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기준 세계 제조업 수출 시장에서 4%를 점유한 후 정체되고 있다.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5년 2.9%에서 2012년 2.8%로 되레 하락했다. 제조업 성장률도 지난 2010년 14.7%에서 2012년 2.2%까지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3.3%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경쟁력위원회(USCC)와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지난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세계 6위로 평가했다. 5년 뒤에는 한 단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1년 3위, 2012년 5위에 이어 3년 내리 하락세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 성장은 제조업이 주도했다. 역대 정부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수출에 경제 정책의 방점을 찍었다. 1960년대 노동집약적 경공업부터 1980년대 반도체·전자제품·자동차 등 첨단 산업까지 제조업과 우리 경제는 함께 자라왔다.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올라서게 한 것이나 창조경제의 씨앗을 뿌린 주역도 제조업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내 경제에서 제조업은 산출액 기준 49%, 부가가치 기준 30.7%를 차지했다. 국민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갖는 부가가치 비중은 지난 2012년 28%에 달했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나라 경제가 휘청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조업은 내수 시장 활성화에 필수다. 내수 시장은 투자와 고용이 이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제조업 고정투자액은 총고정투자액의 32%(110조원) 정도다. 특히 이 중 설비투자는 전체의 절반 이상(57%)이 제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지난 2012년 총액 55조4500억원에서 제조업은 37조9600억원으로 87.8%를 점유했다.
고용 창출에 대한 기여도 높다.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 지난해 제조업 전체 근로자 중 정규직 비중은 85.6%에 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제조업에서 일자리 하나를 만들면 타 산업군 근로자 2.4명이 늘어난다며 제조업의 고용 파급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IoT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제조업을 높이 평가하는 추세다. 제품 개발에 필수인 기술 혁신이 주로 제조업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자기기의 경박단소화는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 등을 발전시켜 구현한다. 공정 설비 기술이 생산성·효율성을 높임은 물론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제조업은 한국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라며 “선진국들의 사례를 볼때 단시일 내 키울 수 없고, 체력이 약화되면 회복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