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이 멈춰버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면서 일본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을 기준으로 5년차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 경제는 당시 일본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규모는 크게 뒤처지면서도 실업률과 가계부채, 고령화 추세 등은 유사하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이미 5년차에 진입했다”고 언급, 경제계의 관심을 끌었다. ‘잃어버린 20년’은 엔화강세와 내수부진, 저물가·저성장 기조, 고령화로 인구구조 변화 등 경제기반 약화가 주된 내용이다.
10일 전자신문은 잃어버린 20년 5년차 시점의 일본과 우리나라의 현재 주요 경제지표를 비교해 봤다. 일본은 1995년, 우리나라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했다.
주요 지표 비교 결과, 경제규모와 유망기업 창출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한 가운데 생산가능인구, 출산율, 실업률, 가계부채 지표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우선 국내총생산(GDP)은 당시 일본이 5조3339억달러로 세계 2위를 차지한 반면에 지난해 우리나라는 1조1975억달러로 글로벌 순위 15위였다. 1인당 GDP는 일본이 3위(4만2516달러)였고, 우리나라는 33위(2만4329달러)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글로벌 유망기업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는 척도인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당시 일본이 148개나 포함된 반면에 우리나라는 14개로 1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인구) 비중은 1995년 일본이 69.6%, 지난해 우리나라는 72.9%로 큰 차이가 없다. 사회 고령화 추세를 살필 수 있는 출산율은 당시 일본이 가구당 1.4명으로 우리나라의 1.2명과 유사하다.
경제 활력과 내수경기 차원에서 중요한 실업률은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3.2%로 동일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일본이 140.7인 데 비해 우리나라(2012년)는 163.8로 더 높았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각차가 있다. 하지만 원화강세와 저성장 국면, 내수침체 등 경제 역동성이 많이 떨어진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두 요소만을 개선해서는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진단한다. 기업활동과 정책, 경제 심리 회복, 투자 확대 등의 전반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경제 역동성 보강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한 당근책이 중요하다”며 “규제개혁과 법인세 인하, 노사 관계 합리화 등으로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정부 재정 확대와 금리인하를 제언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2분기 적정 금리수준은 1.76%로 현 기준금리 수준(2.25%)보다 0.49%포인트 낮다며 추가 금리인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이른 만큼 중소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새 돌파구로 삼아 이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가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기존 저성장 기조에 변화를 두기 위한 여러 조치를 강구하는 모습이다. 강력한 규제 개혁으로 기업체 활력을 보강하려는 것이나, 서비스산업을 키워 상품 이외에 큰 먹거리 산업을 일구려는 것, 금융산업의 전반적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 등이 모두 장기 불황을 막기 위한 주요 조치로 해석됐다.
<1995년 일본과 2013년 우리나라 주요 경제지표 비교>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