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료방송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사업자 간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가 속속 등장하고, 유료방송산업의 범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존 법 체계가 시장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학회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함께 25일 서울 목동 소재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유료방송법제 통합의 기본 원칙과 방향’에 참가한 업계, 학계, 정부 관계자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합한 유료방송통합법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제1세션 ‘미디어 환경 환경 변화와 유료방송 규제체계의 재정립’ 발제에 나선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시장 점유율 제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현행 시장점유율 제한 규정은 사업자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퇴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KT IPTV 사례를 보면 권역 별 지분 제한 규제에 따라 더 이상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한 점유율에 근접한 지역 거주자가 KT IPTV에 가입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 소비자 주권을 붕괴 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은 “법 체계를 재정비 해야 한다는 것에 동감한다”라면서도 “(무조건 규제를 완화하면) 향후 KT가 유료방송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ms 의견이다. 황 교수는 “침체에 빠진 시장을 활성화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1위 사업자를 퇴출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KBS(한국방송공사)를 퇴출하면 광고 시장에 돈이 돌아 유료방송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제2세션 발제에 나선 강명현 한림대 교수는 유료방송통합법제가 사업자 간 동일규제 원칙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위성방송 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는 케이블TV 등과 달리 가입자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결합서비스를 허용하면 (정부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위성 사업자도 가입자 상한 규제를 일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산규제는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미디어 융합 현상이 심화되면서 매체 간 경계가 소멸되고 있다”며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에 따라 아날로그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업계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 권익 보호를 위한 구체적 규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는 이미 방통위에서 위법 판정을 받은 바 있다”며 “미래부와 방통위가 통합연구반을 구성해 연내 합산규제 등을 담은 발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유료방송사업자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점유율 규제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규제의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