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꿈을 꾸게 하는 자동차가 있다. 그 차가 크던 작던, 또 어떤 성능과 디자인을 갖추고 있건 언젠가는 한번쯤 내차로 만들어보고 싶은 그런 ‘드림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의 드림카 목록에 아마 가장 많이 등장하는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일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시초이자 기술 혁신을 주도해 온 가장 전통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임과 동시에 타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에게 모두 ‘매혹’으로 다가오는 브랜드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기술이 집약된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림카 모델 라인업은 다양하다. 젊은 감각의 디자인과 고성능을 함께 충족시키는 C-클래스 쿠페, E-클래스 쿠페, E-클래스 카브리올레, CLS-클래스, CLS 슈팅브레이크, SLK-클래스, SL-클래스 등이 그들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국내에 총 15종의 드림카를 출시했다. 드림카 모델은 지난해 총 2382대가 판매됐으며, 올해도 5월까지 1126대가 판매돼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들 드림카 모델을 통해 과거의 전설적인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이 메르세데스-벤츠를 계속해서 꿈꾸게 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드림카 라인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한밤의 시승 행사를 통해 ‘SL 63 AMG’의 우월하고 압도적인 성능을 느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SL 63 AMG는 실로 메르세데스-벤츠 드림카의 최고봉이라고 할만 했다.
SL-클래스는 1952년 레이싱카로 처음 선보인 이후 60여년 간 스포티한 성능과 매력적인 스타일, 그리고 혁신적인 기술을 상징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 모델로 자리잡았다. 특히 6세대 모델인 SL 63 AMG는 메르세데스-벤츠 양산 모델 중 최초로 차체 전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해 차량 경량화에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 기존 모델보다 무게가 140㎏나 가벼워진 것은 물론 비틀림 강성도 20% 향상됐다. 엔진 성능은 더욱 가공할만하다. 배기량 5461㏄의 V형 8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537마력, 최대토크 81.6㎏·m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도달하는데 단 4.3초면 충분하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거니 웅장한 엔진음과 기분 좋은 떨림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또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튀어나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2인승 로드스터 모델의 참맛은 오픈 주행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루프를 열고 주행하더라도 바람 소리는 그리 크지 않고 오디오 사운드는 선명하다. 비밀은 운전석과 조수석 발 밑 공간을 베이스 라우드 스피커의 공명 공간으로 활용한 ‘프론트 베이스’ 시스템에 있다. 한강의 시원한 밤바람을 가르며 듣는 음악의 여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주행 상황의 좌우 쏠림에 따라 운전자와 동승자의 허리 부분을 지지해주는 능동적인 시트의 움직임도 몸에 착 달라붙는다.
올림픽대로에 이어 서울춘천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체험한 고속 주행 성능은 한마디로 압도적이다. 시속 100㎞/h로 달려도 계기반의 속도계는 3분의 1도 채 올라오지 않는다. 실제로 주행한 최고 속도를 언급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다만 누구라도 계기반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최고 속도 300㎞/h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강력한 주행 성능과 함께 다양한 첨단 기능들도 돋보인다. 액티브 바디 콘트롤(ABC) 기반의 스포츠 서스펜션은 차량이 측면 바람의 영향을 받을 때 속도와 조향각 등을 계산해 각 휠의 하중 배분을 제어해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또 시트 상단에 히팅팬을 장착해 운전자와 동승자의 머리와 목 부위를 따뜻한 공기로 감싸는 ‘에어스카프’, 찬바람이 머리 뒤로 들이치는 것을 막아주는 ‘전동 바람막이’ 기능은 4계절 내내 최적한 오픈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