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꼭두각시춤을 보여드릴게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이 개발한 지능형로봇 ‘실벗3’를 체험하기 위해 연구실에 들어서자 실벗이 인사와 함께 환영의 춤사위를 보여줬다. 바닥의 휠을 이용해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팔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양새가 웃음을 자아냈다.
본체 곳곳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 이리저리 움직이며 춤을 춰도 사람과 부딪치지 않았다. 이동할 때도 장애물이나 사람을 스스로 인식해 피해간다.
춤사위를 끝낸 실벗3은 기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앞으로 다가왔다. 이내 카메라를 통해 기자의 얼굴을 인식하더니 ‘방문자7’이라고 이름 붙여줬다. 얼굴 인식 기능을 통해 기존에 정보가 입력된 사람은 누구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얼굴인식뿐만 아니라 사람의 감정도 읽어낸다. 얼굴 표정을 보고 화난 표정, 행복한 표정, 놀란 표정 등을 구분한다. 실벗3의 아바타 역시 화나고 행복하고, 놀란 표정을 보여줄 수 있다.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도 갖췄다. 연구원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 실벗3도 “안녕하세요”라고 답한다. 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프링글스’ 통을 보더니 “탁자 위에 있는 물체를 인식하겠습니다. 프링글스는 참 맛있지요.”라고 말한다. 옆에 있는 갑티슈를 보고는 ‘티슈’라고 답한다. 이처럼 실벗3는 데이터베이스(DB)에 정보가 입력된 사물은 얼마든지 구분해낸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느냐가 사물 구분의 핵심으로 보인다.
노인들의 치매 예방 등을 위한 기억력 게임도 할 수 있다. ‘실벗과 종종종’이라는 게임으로 체스판 모양의 판에서 실벗3가 먼저 길을 가고, 이를 기억했다가 그대로 따라가는 게임이다. 실벗3이 센서로 사용자가 제대로 게임을 했는지를 알려주고, 정답을 맞추면 함께 기뻐해준다.
이쯤되면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가 공개해 화제가 된 ‘페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직은 정해진 상황이나, 제한된 정보만 인식하지만 DB가 쌓일수록 능력이 배가될 것임은 자명하다. 인식기술도 진화하고, 하드웨어 성능 역시 발전하고 있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예상된다.
실벗3는 KIST 프론티어 지능로봇사업단(단장 김문상)이 프론티어 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개발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총 10년간 10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실벗3는 이미 병원과 과학관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일반인 대상 판매도 시작했다. 다만 가격이 2500만원대로 비싼 것이 단점이다. 200만원대로 판매할 예정인 페퍼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싸다.
이상용 KIST 바이오닉스연구단 안내로봇연구개발팀장은 “실벗3는 굉장히 복잡한 인식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기술 집약체”라며 “로봇 진화를 위해서는 로봇기술뿐만 아니라 인식기술 등 다양한 제반여건이 함께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실벗은 향후 클라우드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