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KB금융` 징계...감사원, 금융위 유권해석 제동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중징계한 주요 근거가 된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에 감사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음달로 예정된 임 회장에 대한 제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사원이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문제 삼는 것은 제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KB금융지주가 금융당국 승인 없이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가져간 것이 신용정보법 위반이라는 금융위 유권해석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으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정보법 위반은 금융당국이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2개 근거 중 하나다.

금융위는 2011년 3월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하면서 금융위 승인을 받지 않고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제공한 것은 신용정보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근거로 금융감독원은 당시 KB금융지주 사장이자 고객정보관리인이었던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금융지주회사법을 근거로 금융위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용정보법 32조는 ‘영업 양도·분할·합병 등으로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할 때는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 1항은 ‘금융지주회사 등은 신용정보법 32조에도 불구하고 개인신용정보를 그가 속하는 금융지주회사 등에 영업상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임 회장 변호인 측은 26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을 근거로 중징계가 과하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번 유권해석이 안전행정부와 금융위, 금감원이 작년 7월 배포한 ‘금융 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위는 2013년 2월 우리카드 분사, 그해 12월 KB저축은행과 예한솔저축은행 합병 때도 같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정보 제공을 승인했기 때문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의 법률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김앤장도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 등을 근거로 임 회장에게 책임이 없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3일 제재심의위를 앞두고 어정쩡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자칫 정부 부처간 대립 양상으로 번질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감사원 개입으로 임영록 회장의 처벌 수위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감사원의 지적으로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