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주요국 정부가 연비와 환경, 안전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정책은 외견상 자동차 산업 규제와 지원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지향하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이를 이용한 자국 내 생산 및 고용 증대라는 최종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유럽연합(EU)이 올 상반기 결정한 차기 CO₂ 규제 강화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EU는 2020년으로 예정된 차기 CO₂ 규제치를 기존 130g/㎞에서 95g/㎞로 대폭 강화했지만 그 달성 연도는 2021년으로 1년 연기했다. 아울러 2020~2022년에는 특별 양허 조건인 기준 초과 허용 한도를 2.5g/㎞에서 7.5g/㎞로 크게 확대했다. 이는 규제 강화에 따른 자동차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고연비 기술 경쟁력 강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도 2017년부터 강화된 연비 규제를 중대형 상용차로 확대 적용하는 방침과 함께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를 대형 상용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에 적용하는 정책을 올해 상반기 발표했다. 이와 병행해 미국 정부는 중대형 상용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고연비, 친환경 기술 개발과 생산 및 보급 촉진 지원 강화 방침도 공표했다. 이 또한 각종 규제 강화에 따른 자동차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고연비, 친환경 기술 경쟁력 강화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부는 미래형차 개발과 생산 및 보급 지원 정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정부는 각종 저탄소 차량 개발과 생산 및 보급 지원책을 더욱 강화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지방 정부까지 나서 미래형차 개발과 보급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미래형차 시장 선점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요타의 연료전지차 연내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 판매가격의 30~40%에 상당하는 200만~300만엔 수준 구매보조금 제도 도입까지 추진 중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연비와 CO₂ 규제 등을 강화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각종 규제 강화 시 자동차 업계 부담을 경감하는 조치나 강력한 미래형차 개발 및 보급 지원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내 생산 및 고용 감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범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 수립과 시행이 시급한 가장 큰 이유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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