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R&D 예산 증가율 역대 최저 추락…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쳐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증가 폭이 갈수록 줄어 내년에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질 전망이다. 물가 인상률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과학기술 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라는 국정목표를 제시하고도 실제 정책으로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내년 정부 R&D 예산이 18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증가율은 2~3%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도 예산 요구현황’에 따르면 R&D 분야는 1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부처의 요구액을 합한 수치일 뿐 조정과정을 거쳐 상당 부분 줄어든다.

미래부와 과학계는 내년 R&D 예산이 18조3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R&D 예산 증가율은 3.1% 수준이다.

R&D 예산 증가율은 2011년부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2010년 11.0% 이후 2011년 8.7%, 2012년 7.6%를 기록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에는 7%까지 낮아졌고, 올해는 3.4%로 더 하락했다.

내년 예산 증가율이 3.1% 수준에 그치면 지난 2008년 이후 7년째 예산 증가율 감소세가 이어진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최저치며, 2011년부터 이어진 한 자릿수 증가율도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이 연 평균 10% 가까이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극히 낮은 증가율이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세우며 과학기술과 ICT를 강조했지만 예산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 R&D 예산 규모가 증가한 것을 감안해도 증가율 둔화 속도가 더 빠르다. 현 정부 들어 R&D 예산 증가액까지 함께 감소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2008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 R&D 예산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5957억원에 그쳤다. 내년에도 증가액이 1조원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OCED가 최근 발표한 ‘한국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물가상승률이 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R&D 예산은 동결 또는 삭감에 해당한다.

미래부는 각 부처가 요구한 R&D 예산을 부처별·사업별로 조정한 국가 R&D 예산안을 마련해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에 보고한다. 국과심 운영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고, 기재부는 다음 달 잠정 정부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재부 논의과정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복지 예산 증가, 예산 삭감 압박 등으로 R&D 예산이 또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 R&D 예산은 국민의정부부터 참여정부까지 5년마다 100%씩 늘었고, 이명박정부에서도 5년 동안 50% 늘었다”면서 “그런데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절반 수준의 증가율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가 정말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창조경제를 일으키겠다면 적어도 5년간 예산 50% 증가는 유지해야 의지가 실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건호·송준영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