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로 `도감청 원천 차단`...미래부 양자ICT 발전 기본계획

정부가 도·감청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진 양자(Quantum) 기술을 도입해 공공기관의 통신 도·감청을 전면 차단한다.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등 양자 정보통신기술(ICT) 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고 대규모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도 투입한다. 양자 ICT를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일 관련기관과 부처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자 ICT 발전 기본계획(가칭)’을 조만간 마무리하고 올해 하반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본계획에는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산업 중장기 활성화 방안과 관련 제도 정비가 포함됐다. 수백억원대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양자 ICT 확보에 나선 것은 △우방국·적국에서 시도하는 도·감청을 원천적으로 막고 △양자 산업을 미래 국가 먹거리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래부가 수립 중인 양자 ICT 발전 기본계획은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35개국 정상급 인사들 통화를 도청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한국 정부의 공식 요청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상급 인사에 대한 도·감청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양자암호통신은 ‘중첩’이라는 양자 고유 특징을 활용해 중간에서 빼낼 수 없는 암호키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보내는 기술로 도·감청을 원천 봉쇄한다. 이 기술을 청와대,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주요 기관에 도입하면 외부 세력의 정보 탈취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을 확보하면 양자통신과 더불어 기존보다 수백, 수천만배 빠른 초고속 컴퓨터를 활용한 초저전력·초정밀·초소형 센서를 만들 수 있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양자기술 확보 전면전에 나섰다.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은 유선망뿐 아니라 위성을 통한 양자암호통신기술을 선점했다.

중국, 캐나다는 각각 2016년, 2017년에 양자암호통신 전용 위성을 발사한다. 영국은 지난 5월 양자정보통신에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연간 1조원대 정부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실험을 완성한 상태다. 록히드마틴은 최근 메릴랜드대와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이미 양자컴퓨팅 기술을 항공기 설계 등에 활용하고 있다.

IBM은 수년 전부터 초전도체 기반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2012년 3큐빗(Qubit) 칩을 공개했다.

NTT도코모와 도쿄대, NEC 등 일본 주요 대학과 ICT 기업도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중국은 2006년부터 양자정보통신을 국가 5대 중점과제로 선택하고 양자컴퓨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양자 ICT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일부 대학이 실험실 차원에서 양자컴퓨팅 기술을 연구 중이다.

민간 기업에서 가장 앞선 양자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SK텔레콤은 하반기 양자암호통신을 위한 프로토타입 장비를 완성할 계획이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석좌교수는 “양자혁명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ICT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주변 국가 힘에 의해 국내 정치·사회적 상황이 좌우될 수 있다”며 “정부가 양자 ICT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은 국가 안보와 더불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