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정보화 사업은 제안 준비만도 수십억원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제안보상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IT업체만 손해를 본다는 본지 보도 후 사상 처음으로 제안업체가 보상요청을 추진한다. 이번 제안업체의 제안비용 보상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향후 공공에 이어 금융권에서도 제안보상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사업 제안에 참여했던 SK C&C, 한국오라클, 한국HP, 티맥스소프트 등이 제안비용 보상 신청을 위해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제안업체들은 내부 검토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에 국민은행에 보상요청을 할 계획이다.
SK C&C는 제안보상 신청을 위한 법적 검토를 최근 착수했다. SK C&C는 지난 몇 개월간 다운사이징 주사업자 제안 준비를 위해 인건비 등 명목으로 5억~6억원을 사용했다. SK C&C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사업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면 이에 맞춰 제안비용 보상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민은행 대응에 따라 법적대응도 가능할 전망이다.
벤치마크테스트(BMT)에 참여해 20억원을 투입한 한국오라클과 한국HP도 내부적으로 제안비용 산정을 완료했다. 티맥스소프트도 1년 동안 12명의 인력을 BMT에 참여시키는 등 제안 준비에 상당한 비용을 들였다. 해당 기업 모두 국민은행에 제안비용 총액을 통보한 상태다.
제안비용 보상 요청이 이뤄지면 금융정보화 역사상 첫 사례가 된다. 공공정보화 시장에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 제안보상 제도가 도입됐지만 민간 정보화시장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제안업체가 보상을 요청한 적이 없다. 금융권은 수천, 수백억원 규모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제안서를 접수받은 상태에서 사업을 취소해도 제안비용을 보상하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민은행은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기 위해 지난 2년 전 사업을 추진, 1년 동안 BMT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통합(SI),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제안준비에 많은 비용을 사용했다. 이후 제안서 접수까지 마감한 상태에서 내부 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무기한 중단됐다. 현재로서는 사업 재추진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제안업체 대상으로 제안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실태파악을 진행했다”며 “보상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메인프레임 제안업체 준비 비용
자료:각 사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