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JY 삼성`에 필요한 인재상

[데스크라인] `JY 삼성`에 필요한 인재상

삼성가(家) 장남인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자체가 뉴스다. 세계를 움직이는 삼성의 유력한 후계자인 만큼, JY 입장에서는 태어난 순간부터 싫든좋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후계구도가 가시화된 지금은 특히 더하다. 국내 산업계·정계·언론은 물론이고 세계 언론들까지 ‘JY식 삼성’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에 비해 ‘JY 스타일’은 베일에 가려있다. JY를 가까이서 접해본 사람들과 얘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사람들은 그래서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는다. 그런만큼 JY는 직장인 대화에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그가 ‘엄친아’라는 점을 떠 올리면, 그런 자리에서는 박한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고 브레인의 지원을 받았을 텐데’라는 일반인 시각의 단서가 붙고 나면, ‘겨우 그렇게 밖에 못해’라는 쪽으로 결론이 기우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의 배경이 역차별적 요소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JY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이렇다 할 만 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쪽에 더 가깝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JY는 지금까지 성공한 사업가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구축해 놓은 ‘신화’의 연장선상에 존재했다. 말그대로 그는 인정받기 위해 그 성과를 뛰어넘는, 또는 전혀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단기간에 창출해 내야 했다. 더욱이 ‘JY의 스타일’이 아닌 ‘KH(이건희 회장) 삼성’에 최적화된 인재 풀에서 일을 도모해야 했다. 진정으로 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JY는 시대 변화에 맞는 자신의 ‘경영관’을 확고히 내보이면서, 국민기업 삼성의 포스트 이건희회장에 걸 맞는 행보를 견지해 나가야 한다. 그는 통섭(統攝)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 이병철·이건희 회장도 갖지 못한 폭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 같은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JY 삼성’에 부합하는 인재를 제대로 선별해 동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의 삼성은 과거 방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창조적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JY삼성’에 맞는 새로운 색채를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다.

JY는 지금 주변을 둘러보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삼성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즐비하다. 책임자로서 위기를 인정하고 조직 추스르기에 살신성인하는 모습, 만년 2위의 아이템을 찾아내 1위를 향해 묵묵히 뛰는 모습은 삼성을 지금의 반석에 올려놓은 힘이다. 당연히 이런 참모들은 모두 ‘JY삼성’ 시대에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입지 만들기에 급급하고 새로운 시도나 혁신 없이 과거 방식을 답습해 협력사를 쥐어짜는, 그리고 과오와 실수를 감추기 위해 주변으로 화살을 돌려 반(反)삼성 정서를 키우는 급조된 인재상은 ‘JY 삼성’에서는 설자리가 없어야 한다. 혹시라도 지금 주위에 허위보고를 일삼으며 보신에만 급급하는 인사는 없는가.

삼성 내부에서부터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위기는 곧 전면에 나서게 될 JY에게는 극복해야 할 관문이자 기회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금 JY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실적 향상이 아니다. 그보다 ‘JY 삼성’의 기틀을 다지는 능력이 앞으로 JY가 써 나갈 성공스토리의 서문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