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간 사이버 외교전이 격화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내 설치돼 있던 미국산 고사양 컴퓨터 서버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미국 사법당국이 중국 현역 인민군 장교 5명을 사이버 스파이 혐의로 기소한지 한 달여 만이다.
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건설은행(CCB)의 신장지점에서 실시한 자국산 서버 시범 운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중국은 다량의 기존 외산 서버를 자국산 서버인 인스퍼그룹의 ‘톈숴K’로 전면 교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신장지점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하드웨어 테스트를 시작, 2011년에는 모든 업무 시스템에 자국산 서버를 활용했다고 CCB의 린 레이밍 전산실장은 밝혔다. 교체된 외산 서버는 미국산 IBM 제품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시범 운용의 성공을 계기로 전 은행권 뿐 아니라 전력, 정유, 농업 등 국유산업 분야로 서버교체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재무부를 포함해 중국인민은행 등 주요 금융 기관의 최고사양 서버가 지난 5월부터 기존 IBM 제품에서 인스퍼의 서버로 속속 교체중이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서버시장에서 IBM을 비롯해 HP, 오라클 등 미국산 제품은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스퍼 그룹과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는게 현지 분석이다.
자국산 서버로의 전면 교체에 앞서 중국 정부는 IBM의 고사양 컴퓨터 서버에 대한 이용 실태와 보안 점검을 했다.
조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소장을 맡고 있는 ‘중앙 인터넷 안전·정보화 영도소조’를 통해 이뤄져, 이번 외산서버 교체 작업 역시 중국 공산당 최고 수뇌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서버와 함께 ‘통신장비’에 대한 교체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청년보는 최근 미국산 통신장비인 시스코가 대중국 수출 통신장비에 ‘백도어(back door)’를 비밀리에 내장, 지난 10년간 중국내 주요 공공 및 민간 IT 프로젝트 정보를 미국 정보당국에 넘겨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 본토 및 홍콩 등지에 설치된 미국산 통신장비를 화웨이 등 자국산으로 교체하는 작업도 동시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