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영역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갈등이 첨예하다. 이를 중재하고 조정하는 기능은 실종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한 부처 칸막이 제거 의욕을 무색하게 한다. 경제 혁신과 활성화라는 2기 국정운영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처 간 갈등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나온다. 저탄소차협력금제(환경부·기재부·산업부), 자동차연비(국토부·산업부), 웰니스산업 육성과 정보통신진흥기금 예산편성(산업부·미래부), 과학교육과 SW교과(교육부·미래부) 등이다. 한때 부처들이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며 상호 협력을 다짐하던 것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감췄던 본심을 비로소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의심할 정도다.
부처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입지와 시각을 가진 부처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하다. 충돌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해 보완하기도 한다. 최근 부처 갈등은 이 긍정적 효과와 거리가 멀다. 고질적 밥그릇 싸움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조정 기능이 거의 발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내각 수장인 국무총리, 부총리는 물론이고 청와대 비서진까지 부처 갈등을 먼 산 보듯 한다. 세월호 참사, 개각 지연으로 인한 국정 공백과 혼란 탓도 있지만 마냥 이것만 핑계 삼을 수 없다. 갈등이 최근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지속됐다가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1기 내각과 청와대가 통찰력 있게 해법을 제시하는 능력이 형편없었다는 뜻이다. 청문회 이후 들어설 2기 내각 수장과 새로 바뀐 청와대 비서진은 조정 기능에서 남다른 능력을 보여야 한다.
그 이전에 부처들도 각성해야 한다. 조직, 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 영역을 지키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책 소비자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부처 이익만 따른다면 전혀 다른 문제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업무 영역을 지킬 자격이 없다. 부처마다 다른 부처를 향한 주장에 정책 소비자 생각을 얼마나 담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