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삼성전자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이 실리콘 웨이퍼로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LED 칩 시장에서 점유율 10.9%로, 1위인 일본 닛치아(12.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매출 규모는 15억6400만달러다. LED 패키지 시장에서는 닛치아, 독일 오스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적어도 겉으로는 나쁜 성적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10년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꼽힌 뒤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4년간 연매출 1조원대에서 성장이 멈췄고 수익성도 좋지 않다. 특히 지난해에는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일본 시장에서 LED 사업을 전면 철수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LED 칩은 내부 공급 물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사 TV용 백라이트유닛(BLU)과 휴대폰 플래시 등에 대부분이 사용된다. 삼성전자 TV와 휴대폰 판매가 부진하면 LED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이후 위기감이 고조되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국내 LED 사업 일부를 매각하거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런 이유에서 삼성전자가 실리콘 웨이퍼 기반 LED 양산을 시도하는 것은 마지막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양산에 성공하면 세계 LED 시장을 평정하는 계기가 되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LED 사업의 존폐를 고려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사파이어 웨이퍼에서 실리콘으로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소재를 대체하는 의미가 아니다. 반도체 시장도 실리콘 웨이퍼가 도입되면서 본격 개화했듯, LED 시장에서도 칩 가격을 대폭 낮춰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전자로선 실리콘 반도체 1위의 양산 기술력을 앞세워 LED 칩 시장을 제압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동시에 조명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실리콘 웨이퍼 LED 양산 성패에 따라 업계의 희비는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성공하게 되면 국내외 주요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가공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파이어 잉곳 웨이퍼 주력이 4인치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8인치 대구경 실리콘 웨이퍼를 양산하면 가격 경쟁은 엄두도 못 내기 때문이다. 사파이어 잉곳의 원재료인 고순도 알루미나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LG마저 LED용 실리콘 웨이퍼 생산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와 더불어 양산에 성공하면 LED 시장은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LED 업계에서는 반도체처럼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갖춰 오진 못했다”며 “만일 LED용 실리콘 웨이퍼 사업이 성공한다면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서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IHS는 지난해 기준 세계 LED 광원 시장 규모를 143억7700만달러로 추산했다. 지난 2010년 115억6800만달러에서 약 24% 증가한 수치다. IHS는 각국의 백열등 규제 정책이 순차적으로 시행되면서 2016년까지 LED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도 LED 패키지 업계 매출 순위>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