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또 한 번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각축을 벌인다. 칩에서 장비, 설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기업들이 국내 반도체 시장을 노리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TV· 자동차 등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제조업이 존재하는 한국 시장이다. 그만큼 새로운 기회와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빅뱅 구도가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면서 업체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반도체 업계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반도체 강국인 동시에 커다란 수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사상 처음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생산 규모가 커진 만큼 관련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늘어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정을 향상시켜 나갈수록 반도체 전·후공정 장비와 설계 툴 등의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비교적 고르게 발달한 것도 글로벌 반도체 업체가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로 꼽힌다.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TV·냉장고 등 가전과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 폭넓게 존재한다. 게다가 세계 시장에서 첨단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반열에 올라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선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것을 넘어 최신 제품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한국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취약성도 기회로 작용한다. 해외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홈그라운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토종 업체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와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시장이 성장하면서 모바일 AP와 아날로그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스마트 기기로 변모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먼 미래로 느껴졌던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점차 구체화하는 것도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반도체 기업이 한국 시장 신규 진출을 위해 지사를 세우거나 국내 협력사와 손잡았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기존 시장은 물론 유망 분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타깃 마케팅도 활발하다.
근래 우리나라를 방문한 유럽계 반도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산업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우수한 인재들도 많은 나라”라며 “그만큼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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