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한민국 SW교육 실효성 없어 "독립·필수 과목 전환해야"

학계와 교육 현장에서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SW 교육 등 정보 교과를 독립과목으로 만들어 초등학교부터 디지털 경제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컴퓨터·정보 소양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 과정에 대한 요구가 높은 가운데,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개정 교육과정’ 발표를 앞두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슈분석]대한민국 SW교육 실효성 없어 "독립·필수 과목 전환해야"

◇SW는국가 경쟁력 척도

세계가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방대한 양의 유전자 조각을 규칙에 맞춰 연결하는 SW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생명과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 컴퓨터 SW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개발해 월가 등 금융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SW는 단순히 컴퓨터를 활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W=국가경쟁력’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키기 위해 우수한 SW 개발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정보 지식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SW를 중심으로 한 정보과학 지식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경쟁력 격차가 발생한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인도, 중국, 일본 등에서 초·중학교에서부터 정보과학을 가르치는 이유다. SW 인재와 정보과학 능력 확보가 곧 국가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SW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정보과학 기본 이치를 가르치고 적성에 맞춰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SW를 이용한 융합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향후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SW 교육 기피하는 ‘대한민국’

우리나라 정보 관련 교육과정은 2000년부터 ‘ICT 활용 교육’ 과정을 통해 시작됐다. 2005년과 2007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정보과학’과 ‘정보적사고’를 가르치는 ‘정보’ 과목으로 개편되고 알고리즘, 프로그램 등을 교육했다. 기술·과정 과목에서 한 단원으로 ‘정보 통신’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최근 정보 교과 선택률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컴퓨터교육학회에 따르면, 2000년 정보 교과 선택률은 85% 수준이지만, 2006년 45%, 2012년 8%로 떨어져 지난해는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철 고려대 사범대학 교수는 “정보 교과는 입시 관련 과목이나 필수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학교에서 선택할 동기가 없다”며 “지금은 원하는 학생이 있어도 SW 정보 과목을 선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의 영역 이기주의도 SW 교육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SW 등 정보 교과를 강화하려면 안정적인 교육 시수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필수 과목 교육 시수를 놓치지 않으려는 일부 교사와 학교의 압력에 교육 환경조차 제대로 조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SW를 배우려는 학생도 제도·환경적 원인 때문에 교육에서 배제된 상황”이라며 “영역 이기주의적 이유로 SW 교육이라는 핵심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SW 교육 실효성 없어…“필수·독립 교과로 만들어야”

현행 교육 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는 실과 교과 내 한 개 단원으로 정보 교육이 포함돼 있다. 중학교는 한문, 제2외국어, 정보 등 선택과목군 과목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과학 및 기술·가정 교과군의 선택 과목으로 편재된 상태다.

교육계에서는 이미 SW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치동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은 “실제 초·중등학교에서 필요한 SW와 정보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행 교과 과정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술·가정 교과 내용은 대학 컴퓨터 과학 관련 학과로 진학하기 위한 내용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에서는 한 학기 동안 기술·가정 교과에서 SW 교육을 필수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과학 및 기술·가정 교과군 일반 선택 과목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SW 교육을 강조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정보 교육 강화를 위한 교과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부는 “정보 교육을 기존 선택과목에서 과학, 기술·가정, 정보 교과군 필수 과목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초등학교에서도 3~6학년 과정으로 과학·실과·정보 교과군으로 개편해 정보 교육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 교육 관련 관계 부처 의견

(자료 : 국가·사회적 요구 조사 공개토론회(2014년 6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이슈분석]대한민국 SW교육 실효성 없어 "독립·필수 과목 전환해야"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