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네이버 대표 "한국 인터넷 산업 5년 내 위기"

“이대로라면 한국 인터넷 산업은 5년 내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현재의 시장 환경과 정책 기조가 이어진다면 한국 인터넷 산업이 조만간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과 중국 인터넷 기업의 규모 확장과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어려움, 여기에 엄격한 규제와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이 인터넷 산업의 위기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 "한국 인터넷 산업 5년 내 위기"

15일 한국IT리더스포럼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자격으로 ‘모바일 시대 글로벌 IT동향 및 정책성 방향성’을 주제로 강연한 김 대표는 “이제 글로벌 경쟁 없이는 기업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글로벌 경쟁을 주도하기 위한 정보통신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선 여러 가지 규제로 서비스 하나 만들기 쉽지 않다”며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은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토종 기업과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그 예로 여성가족부의 인터넷 포털과 관련한 청소년 유해물 성인인증제를 들었다. 지나치게 엄격해 사용자 불편을 초래하는 정책도 문제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국내 인터넷 기업에게만 적용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동일한 뮤직비디오 콘텐츠가 여가부 정책을 지키는 곰TV에선 3만뷰, 이를 지키지 않은 유튜브에선 1700만뷰가 나온다”며 “결국 소비자의 서비스 소비행태의 관성적인 면을 고려하면 국내법을 지키지 않는 외국계 업체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개선하려면 국내 인터넷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의 성장도 국내 인터넷 산업을 위협한다. 미국과 중국 IT기업이 거대 규모로 성장했다. 구글 시가총액은 네이버의 15배, 페이스북은 6.5배, 알리바바는 6.6배에 이른다. 인터넷 산업은, 특히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선 규모 확대가 중요한데 국내 기업은 자본과 인력 한계로 덩치를 키우기 쉽지 않다. 올해 상반기 구글은 14개, 야후는 9개, 페이스북은 5개 기업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카카오 2대 주주 텐센트가 CJ게임즈 지분 30%를 인수하는 등 중국 자본 침투도 시작됐다.

김 대표는 우리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도 “작고 특수한 한국 시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글로벌 진출에도 언어·문화적 한계가 따른다”면서 “여기에 다른 나라의 통신 인프라 확대로 빠른 인터넷과 서비스 경험이라는 강점도 희미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구글과 경쟁하려면 구글만큼 덩치가 커져야 하는데 국내 여건상 쉽지 않다”며 “5년 내 한국 인터넷 기업 대부분이 망하거나 해외 기업에 팔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모 확대 어려움과 규제 속에 해외 서비스에 대한 종속성이 커지면서 국내 인터넷 산업 위기가 커진다는 게 김 대표 판단이다. 스마트폰 생태계를 안드로이드가 장악한 것처럼 동영상과 모바일 광고 시장이 구글 손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어려움은 비단 인터넷 업계만이 아닌 ICT 산업 전반에 해당한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노키아와 닌텐도처럼 국내 업체도 한 순간에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며 “인터넷 산업이 기존 산업과 협업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한국 ICT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정책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