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업체 하이센스가 일본 TV 시장에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출시 제품도 보급형 중심에서 대형 프리미엄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외산의 무덤’이라 불리며 삼성전자도 포기한 일본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도전이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센스는 최근 일본 시장에 50인치 풀HD(1920×1080)급 LED TV를 출시해 판매에 들어갔다. 지상파는 물론 BS(방송위성)·CS(통신위성)용 튜너를 내장했으며, 하드디스크(HDD)와 USB 메모리를 이용한 녹화도 지원한다. TV에 내장된 칩세트와 소프트웨어(SW)도 모두 일본에서 조달하며 소비자 성향을 정확히 겨냥했다는 평가다. 가격은 7만엔(약 70만원) 후반으로 10만엔(약 100만원)대인 동급 일본 업체 제품보다 저렴하다.
하이센스는 일본에서 14개 TV 모델을 선보이며 사업을 넓히고 있다. 2010년 말 일본 진출 초기 20~30인치 대 보급형 제품을 내놓다가 지난해부터 50인치 대 제품으로 확대하며 일본 업체의 프리미엄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요도바시카메라 등 대형 전자제품 양판점과 인터넷 쇼핑몰 중심의 유통구조로 마진을 줄여 일본 제품의 40인치 대 가격으로 50인치 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무기다.
소비자도 호의적이다. 일본 환경에 맞는 기능들을 모두 갖춘 데다 가격도 저렴해 보급형으로 손색없기 때문이다. 일본 인터넷쇼핑몰 아마존 재팬에서 24인치와 32인치 모델 모두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평균 점수를 얻고 있으며, 라쿠텐에서도 24인치 모델이 ‘가격’을 무기로 순항하고 있다. 포장, 지지대와 같은 액세서리 등 일본 업체보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TV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평가다.
하이센스의 일본 내 TV 사업은 높아지는 중국 TV의 위상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평판 TV 시장에서 하이센스의 올해 1분기 점유율은 6.4%로 6.8%인 소니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됐다. 2012년과 지난해에는 소니와의 격차를 각각 3.1%, 2.3%로 줄이며 올해 역전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은 관망하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지난주 일요일 아프리카 출장에서 귀국하며 “중국 업체들과 삼성전자의 TV 시장 타깃이 다르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중국발 저가공세 우려를 일축한바 있다. 하지만 하이센스가 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면 2007년 일본 시장에서 업체와의 경쟁을 견디지 못해 철수한 삼성전자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보급형에서 프리미엄까지 전 제품을 갖추고 경쟁 중인 LG전자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초고화질(UHD) TV다. 하이센스가 일본에는 UHD TV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디스플레이서치 조사 기준 올해 1분기 UHD TV 세계 2위를 차지한 글로벌 강자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 경쟁사인 LG전자가 4K UHD TV를 일본에 내놓고 일본 업체들도 이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며 “하이센스의 일본 도전이 ‘저가 UHD TV’로 이어져 어떤 결과를 낼지 TV 업계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