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클라스(Klass)’는 게임 동아리가 아니라 ‘e스포츠’ 동아리입니다. 게임은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즐기는 문화로서 게임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화여대 e스포츠 동아리 클라스 회장인 류호정 학생(사회학과 3학년)의 당부와 포부다. ‘게임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낯섦,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기성세대와 사회적 편견에 클라스가 긍정적 영향을 끼쳤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이화여대 e스포츠 동아리 클라스는 국내 e스포츠 시장에서 화제를 일으킨 대학팀이다. 여성 사용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서 이례적으로 여대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꾸렸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중심으로 ‘하스스톤’ ‘서든어택’ 등 다양한 게임 마니아가 모였다. 클라스는 대학e스포츠동아리연합회 에카(ECCA) 소속이며 류호정 회장은 에카 운영진 역할도 한다.
이대 클라스는 지난해 6명으로 시작해 현재 5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겨울 리그오브레전드 레이디스리그 본선에 진출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클라스 회원 중 하스스톤 리그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선수도 있다. 회원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의 온라인 캐주얼게임을 즐긴 세대다. ‘무슨 여자애가 게임이냐’는 부모님 등쌀을 견디며 취미를 이어나간 경험을 회원들과 공감하며 함께 게임하는 재미가 크다. 여대라는 특성상 주변에서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를 쉽게 만나기 힘든 것도 클라스 결성에 촉매제가 됐다.
류호정 학생은 “경험상 게임을 못하게 하더라도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더라”며 “정부는 게임을 못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지 말고 아이들이 게임하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교육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게임상 예절이 상당히 좋아졌고 사용자끼리 스스로 나쁜 것을 걸러내는 노력도 활발하다”며 “게임하며 알게 된 동생들에게 진로문제를 조언하거나 고민을 들어주는 등 게임 외의 면에서도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류호정 학생은 현재 모바일게임사 이노스파크에서 게임 기획 분야 인턴으로 3개월째 일하고 있다. 그는 “입사 후 개발 과정을 보니 사용자인터페이스, 결제, 네트워크 시스템 등에서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을 거쳐야 한 작품을 서비스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요새는 게임할 때 이런 점까지 비교·분석하며 어떤게 좋은 게임인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라스는 조만간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등 더 탄탄하게 동아리 활동을 이어갈 채비를 할 예정이다. 류호정 학생은 “다른 대학에서도 여성 e스포츠팀이 더 많이 생기고 활발히 활동했으면 좋겠다”며 “클라스가 일정 규모를 갖춘 e스포츠 동아리로 성장한 만큼 체계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