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기자수첩]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오는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4’를 앞두고 기업 간 눈치 보기가 한창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손인춘 의원 발의법안에 참여한 일을 두고 부글부글 끓는 게임업계 민심이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올해 지스타는 부산에서 열리지만 이미 게임 업계는 각자 보이콧을 결심한 듯하다. 무엇보다 지스타 개막 전에 서병수 부산시장이 손인춘 의원 발의법안에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서 시장은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며 에둘러 사과하는 방침을 고수해 진전이 없는 양상이다.

국내 게임 업계는 산업 규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실책이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예가 온라인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다. 수년간 철폐해야 할 규제대상 1순위로 지적됐지만 최근에야 폐지 법안이 발의됐다.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신의진 의원법, 셧다운제 시간을 늘리는 손인춘 의원법은 업계가 반드시 막아야 할 최악의 규제로 꼽힌다.

반면에 셧다운제 폐지를 뼈대로 한 김상민 의원법, 게임을 예술로 규정한 김광진 의원법은 게임 이해도가 낮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동의와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는 험난한 여정을 앞뒀다. 민심의 온도가 국회로 전달되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업계는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만 여기는 보수 학부모 단체, 정신의학적 문제 대상으로만 보는 의학계와 치열한 싸움을 앞뒀다. 8월 말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정기 국회까지 게임 산업을 지지하는 움직임보다는 규제하려는 시도가 많을 것임은 자명하다.

거센 규제 쓰나미를 앞둔 게임 업계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속담을 되새겨야 할 때다. 지스타 보이콧을 원하지만 정작 ‘업계의 매운 맛’을 어떻게 보여줄지 전략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일등 콘텐츠 산업에 걸맞은 권리를 누리되 동시에 책임감도 보여줘야 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