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대중국 성공 전략에는 ‘현지화+이질화’라는 양날의 칼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포춘지는 황금을 좋아하는 중국인에 맞춰 ‘금색 스마트폰’을 전격 출시하면서도, 세련된 ‘이국적 이미지’는 철저히 고수한 것이 중국 시장에 주효했다고 밝혔다.
◇현지인을 읽어라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색깔은 은색이다. 금색이 아니다. 때문에 삼성전자 등 대다수 스마트폰 업체들은 대중국 제품에 금색을 선뜻 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은 달랐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제품은 황금색을 좋아한다는 중국인들의 습성을 간파, 지난해 ‘샴페인 골드’라는 색상의 아이폰을 과감히 출시했다.
결과는 대박였다. 발매 즉시 홍콩은 물론, 중국 본토에서도 품절 사태가 일어났다. 암시장에선 대당 수백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차이나모바일과의 공급계약 체결은 애플에게는 천군만마였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은 자사 4G 네트워크 지원 단말기의 절반을 ‘아이폰’으로 채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주 현재 차이나모바일의 4G 가입자수는 1400만명을 돌파했다.
◇이국적 세련됨은 고수
휴대폰 시장에 깔린 단말 대수 기준으로 보면 아이폰은 중국에서 주력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지역 유지나 당 간부 등 힘있고 돈 많은 사람들의 스마트폰은 모두 금색 아이폰 일색이다. 유행에 민감한 일부 젊은이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일 정도로 아이폰은 일종의 ‘트렌드’다.
여기에는 애플의 ‘이국적 브랜드 이미지 고수’라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아이폰은 중국내 모든 매체에서 한자가 아닌 영문명(iPhone)으로만 표기된다. 중국식 발음 표기인 ‘아이펑’은 개인블로그 등 특정 매체에서 속어 수준으로 일부 쓰일 뿐이다.
현지 한 전문가는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의 기술력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막 성장세에 진입하고 있어 타이밍도 기막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갤럭시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싼싱’(삼성의 중국식 발음 표기)으로 불린다. 자국 브랜드로 아는 중국인들이 많을 정도다. 저가 중국산 제품과의 차별화된 고급화 전략을 꾀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골치다.
지난주 애플이 공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중국에서 팔린 아이폰은 전년 동기(340만대) 대비 48% 늘어난 480만대였다. 팀 쿡 애플 CEO는 “기대 밖의 성과”라며 기뻐했다.
주목할 점은 시기다. 지난 4~6월 중 애플은 신제품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삼성은 이 기간 갤럭시S5를 출시, 중국시장에서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들여가며 판촉에 애썼다. 애플의 완승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그렇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